김 회장, 싱가포르 영주권 취득해 소득 활동·수천억 원 투자
법원 "조세조약 따라 싱가포르 거주자⋯과세당국 처분 위법"

한때 국내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성형외과 전문의로 알려진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300억 원대 소송에서 승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김 회장이 서초세무서장에게 제기한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회장은 BK성형외과를 설립한 뒤 2007년 업계 1, 2위를 다투던 동양성형외과와 합병해 15층 규모의 BK동양성형외과를 세웠다. 당시 싱가포르에 BK메디컬그룹을 만들고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성형 한류' 열풍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08년 싱가포르 영주권을 취득하고, 2018년 8월에는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 그 사이 국내에 있는 성형외과의 공동사업자도 탈퇴해 지분을 정리했다.
국세청은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인 김 회장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종합소득세 146억 원과 양도소득세 174억 원 등 총 320억 원을 부과했다. 다만 코인판매 대금을 과세 대상에 포함해 2018년에 부과한 종합소득세 137억 원은 조세심판원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3억3000만 원으로 감액 경정됐다.
이에 김 회장 측은 해당 과세 기간 동안 국내에 상시 거주하지 않았고, 직업이나 자산 관리 등을 위해 183일 이상 체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싱가포르에 주거를 하고 있고,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도 싱가포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소득세법은 '국내 거주자'와 '비거주자이더라도 국내 원천 소득이 있는 개인'에게 납세 의무를 지운다. 여기서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居所)를 둔 개인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원고가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40회 이상 입국하며 주소를 둔 국내 아파트에 가족과 머물렀고, 국내에 상당한 가치의 부동산과 주식 등을 보유했다"며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의 자녀들이 싱가포르로 이주해 함께 생활했던 점, 원고가 싱가포르에 여러 법인을 세우고 소득활동을 하면서 소득세를 낸 점,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점 등에 비춰보면 소득세법상 싱가포르 거주자"라고 했다.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인 동시에 싱가포르 소득세법상 거주자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조세조약을 따져 김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조세조약이란 양국 간 투자와 거래에 대해 발생 가능한 이중과세 제거 및 조세 회피 방지 등을 목적으로 체결되는 조약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싱가포르에 다수의 법인을 세우고 병원 및 미용사업, 투자사업 등을 영위했다"며 "2018년 8월에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약 1216억 원을 투자하는 등 싱가포르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을 했다"고 짚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재판부는 "반면 한국에도 상당한 자산을 소유한 사실은 인정되나 과세 기간 중 매수한 부동산은 3억 원에 불과해 원고가 가진 자산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라며 "원고가 경제활동을 위해 국내에 지속해서 머물렀다거나 향후 머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이 사건 과세 기간 동안 조세조약에 따른 싱가포르 거주자에 해당해 소득세법상 비거주자로서 국내 원천소득에 대해 소득세 납부의무만 있을 뿐"이라며 "원고가 국내 거주자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서초세무서 측은 이달 1일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