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바이오 양대산맥, 기업가치 재평가 본격화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마치고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맡는 존속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신설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로 24일 유가증권시장에 각각 변경상장 및 재상장한다. 업계는 이번 분할이 이해상충을 해소하고 사업구조를 명확히 하면서 양사의 가치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변경상장·재상장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분할 시총은 각각 56조5000억 원, 30조4000억 원으로 산정된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가치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65.04%, 삼성에피스홀딩스 34.96%로, 거래정지 직전 전체 시가총액은 86조9000억 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상장 이후 시장에서 전면적인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과의 이해상충 우려가 해소되면서 순수 CDMO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신규 수주를 확보할 여지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은 바이오시밀러 부문이 분리되면서 CDMO 사업의 높은 수익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근 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3.2%로 글로벌 CDMO 평균(11.8%)을 크게 웃돈다. 생산능력(78만4000리터) 역시 글로벌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46.3%로 론자(24.5%), 우시바이오로직스(32.5%) 등 경쟁사를 크게 앞선다.

성과의 바탕은 견조한 수주 실적이다. 대형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2025년 10월 말 기준 연간 누적 수주액 5조5193억 원으로 이미 전년도(5조4035억 원)를 넘어섰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신설한 신약 개발사 에피스넥스랩을 자회사로 둔다. 에피스넥스랩은 펩타이드,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차세대 신약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상장 초기에는 바이오시밀러 사업 가치만 우선 반영돼 보수적인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ADC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2026년 예정) △에피스넥스랩의 연구개발(R&D) 성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 등이 기업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투셀, 프론트라인 바이오파마, 프로티나 등과 협업하며 신약 개발 역량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증권가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유진투자증권 170만 원, 미래에셋증권 160만 원, 하나증권 145만 원, iM증권 140만 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은 209만 원으로 가장 높게 내놨으며, 삼성에피스홀딩스는 49만 원으로 설정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 분리를 통해 이해상충 이슈가 해소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규 수주 확대의 기회를,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독자적인 신약개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하는 보기 드문 사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전 삼성바이오로직스 하나로 평가받던 기업가치가 분할 이후 두 회사의 가치 합산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