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넘어서는 ‘지열 에너지’ 시대 온다

24시간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장점
AI·데이터센터 붐 맞물리며 빅테크도 관심

(게티이미지뱅크)

친환경 에너지의 새로운 미래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북동쪽으로 약 4시간 떨어진 사막 고원에서 그려지고 있다.

22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열 에너지 관련 기술 발전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지열이 원자력 발전을 넘어서는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지열 기술 스타트업 ‘퍼보’는 유타주 밀포드 지역에서 20여 개의 시추공을 뚫고 차세대 지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잭 노르벡 퍼보 공동창업자는 “현재 운영 중인 동일 사양의 시추 장비 10기만으로도 연간 1기가와트(GW)의 신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백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노르벡 창업자에 따르면 퍼보는 이미 미국 전역에서 50GW 이상의 잠재력을 지닌 50만 에이커 이상의 지열 광물권을 확보한 상태다.

퍼보는 약 14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가진 비상장사로 내년엔 캘리포니아주의 한 유틸리티 회사와 체결한 320메가와트(MW) 규모의 전력 생산을 단계적으로 시작한다. 이는 미국 지열 산업 60년 역사에서 체결된 가장 큰 상업용 지열 전력 계약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지열 산업의 발전이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열 산업 관련 글로벌 투자가 2035년까지 1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지열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정도에 불과하다.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기술 혁신을 전제로 2050년 미국 지열 발전량이 기존 원전 발전량의 3배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열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수준이고 태양광·풍력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해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이면서도 탄소 발생이 없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열 기술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기존에도 있던 지열 기술이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향상 지열 시스템(EGS)’ 기술의 등장 때문이다.

기존 지열 발전은 자연적으로 뜨거운 지하수가 있는 곳에서만 가능했지만 EGS 기술이 개발되며 지열 발전을 할 수 있는 영역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EGS는 셰일오일 산업에서 발전한 수압파쇄와 다중 수평 시추 기술을 결합해 지하 암반층에 인공 열 저장소를 만드는 기술이다.

특히 퍼보는 시추 시간 단축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롤랜드 혼 스탠퍼드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퍼보는 연간 시추 속도가 70%씩 향상되고 있다”면서 “2027년엔 지열 발전 단가가 기존 에너지원과 경쟁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올해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회귀 정책으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열 에너지는 이 도전으로부터 살아남아 미래의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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