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K푸드·K콘텐츠 붐에 김치종주국 위상 높아져
지난해 기준 95개 국가에 수출 중
건강 트렌드·K웨이브 힘입어 인기↑
해외선 '김치의 날' 제정도
정통성·현지화 균형 고심⋯문화 가치도 조명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푸드 김치가 이제 한국을 넘어 해외 무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단순히 이국적인 매운 음식을 넘어 발효 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건강식품으로 성장, 향후 다변화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고 호평이 이어지면서 김치종주국 한국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4년 8403만 달러였던 김치 수출액은 2024년 1억6357만 달러로 10년 동안 94.6% 증가했다. 김치수출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올해 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1억3739만 달러다.
특히 글로벌 K푸드 열풍이 불면서 김치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수출국은 2011년 60개국에서 지난해 95개국까지 늘었다. 과거에는 강한 향과 독특한 맛 때문에 해외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식품으로 평가됐지만, 최근 글로벌 건강 트렌드가 지속하면서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K웨이브 확산과 함께 K푸드의 대표 아이템으로 김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식 문화에 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해외 시장에서도 김치에 대한 수요와 인지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치의 인지도 확산에 힘입어 세계 곳곳에서 김치의 날이 제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정 주관하는 법정기념일이 됐는데, 현재 해외 총 5개국, 16개 지역에서 김치의 날이 제정·선포됐다. 아르헨티나는 2023년 처음 국가 차원 공식기념일로 제정했다. 유럽연합(EU) 중 프랑스 파리 15구도 최근 김치의 날을 공식 제정했다. 이는 한국 대표 김치 기업 대상㈜을 포함한 3개 기관이 공동 제정안을 발의해 추진한 결과다. 김치의 세계 규격에도 한국 용어가 추가됐다. 10~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4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2001년 제정된 김치의 세계 규격에 주원료로 ‘김치 캐비지(kimchi cabbage)’를 추가했다.
포장김치 수출은 대상 ‘종가’와 CJ제일제당 ‘비비고’가 이끌고 있다. 국내 김치 수출액 중 약 57%를 차지하는 대상 종가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대상 관계자는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은 대부분 현지인이 소비한다”며 “최근에는 서구권에서도 김치를 소비하는 현지인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특히 김치 수출에 역점을 두는 것은 한국의 정통성과 현지화의 균형이다. 김치 종주국으로서 한국 김치 고유의 문화와 우수성을 알리면서도, 각국 식문화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상 종가는 양배추,당근 등 서구권 선호도가 높은 채소를 활용한 김치를 비롯해 매운맛에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 피클 형태 백김치와 ABC(사과·비트·당근) 김치 등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김치 특유의 맛을 글로벌 생산기지에서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CJ의 특허 유산균을 활용해 발효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비건·할랄 인증 제품, 맵기 정도의 조정, 현지 식문화에 적합한 중량 제품 구성 등에 집중한다.
업계는 김치를 한국의 소울푸드이자 문화로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초겨울 각자 가정에서 김장을 담그는 풍속이 있다. 유네스코는 이렇게 김치를 함께 만들고 나누는 공동체 정신을 높이 사, 2013년 김장문화를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했다.
대한민국김치협회 관계자는 “요즘은 비슷한 레시피와 제조공정으로 표준화한 김치가 주류지만, 가정별 김치는 여전히 집안마다 비법이 있어 한국의 김치는 가히 백가백색(百家百色)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치 수출이 늘고 있지만, 미래세대 김치소비 감소 등 국내외 몇 가지 난관도 존재하는 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김치산업 유관기관들이 긴밀히 협력·대응 중”이라며 “전 국민의 성원이 조금 보태진다면 국민 소울푸드로써 김치의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