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률적 정년연장, 수혜자는 ‘찔끔’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 [모두의 정년연장]

정년연장 혜택, 공공부문·대기업 집중⋯청년 고용 충격 우려

▲종사자 5인 이상 직장의 규모별 57~59세 취업자 중 ‘주된 일자리 정년제 적용인구’ 비율. (원자료=국가데이터처 지역별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

일률적 정년연장은 수혜자가 극단적으로 제한적이지만, 사회적 비용이 크다. 정년제 적용인구가 특정 산업·직업에 쏠린 데 더해, 정년연장이 고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본지가 20일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B형)를 활용해 산업·직업별, 직장 규모별 57~59세 ‘주된 일자리 정년제 적용인구(이하 정년 적용인구)’ 비율을 계산한 결과, 산업별 정년 적용인구는 공공부문 쏠림이 심했다. 소분류별로 입법·사법·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준정부기관에 해당하는 입법·일반정부 행정 등 10개 산업 취업자는 5인 이상 직장 전체 취업자의 12.8%를 점유했으나, 정년 적용인구에선 23.8%를 점유했다. 이들 산업 내에선 전체 취업자 중 정년 적용인구 비율이 58.2%에 달했다.

민간부문에선 완성차 업계에 해당하는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의 정년 적용인구 비율이 두드러졌다. 자동차용 엔진·자동차 제조업 취업자의 5인 이상 직장 취업자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나, 정년 적용인구 점유율은 3.7%로 3배 가까이 높았다. 5인 이상 자동차용 엔진·자동차 제조업 취업자의 정년 적용인구 비율은 90.2%에 달했다. 표본 과소에 따른 4%포인트(p) 안팎의 표본오차(95% 신뢰수준)를 고려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육상여객 운송업도 전산업 정년 적용인구 점유율과 산업 내 정년 적용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업별 분류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나타났는데, 소분류별로 5인 이상 직장에 다니는 자재·생산관리 사무원과 운송차량 조립원은 절반 이상이 정년 적용인구다.

이런 산업구조에서 일률적으로 정년이 연장되면 그 혜택은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57~59세 취업자의 81.1%를 점유하는 5인 미만 직장 취업자와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은 어떤 혜택도 못 본다. 특히 57~59세 취업자의 41.5%를 점유하는 5인 미만 직장 취업자는 정규직 비율이 5.2%에 불과한 데 더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금지조항’ 적용이 예외돼 직장 규모를 제외한 다른 조건들이 정년 적용인구에 부합해도 상시 해고에 노출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 감소 가능성이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증가에 대응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정규직 채용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정년연장의 영향은 이미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과정에서 입증됐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발행 학술지 ‘노동정책연구(제24권 제1호)’에 실린 ‘60세 정년 의무화가 청년 및 장년고용에 미친 영향(송헌재·전병힐·조하영)’ 등 다수 논문·보고서에 따르면, 정년연장은 신규 채용을 줄여 청년 고용 감소를 초래하며, 자본 대체 등 경로로 장년 고용 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저출산으로 현재 50대 후반과 20대는 인구 규모 비대칭이 심하다. 지난달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59세는 약 80만4000명, 25세는 약 63만4000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정년 적용인구인 59세 모두 정년이 연장되고 그만큼 신규 채용이 준다면, 59세의 14.0%가 혜택을 보는 대가로 청년층의 18% 안팎이 고용 충격에 노출된다. 특히 정년연장 혜택이 청년층이 선호하는 공공부문, 대기업에 몰려 청년층이 체감하는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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