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좌우하는’ 고등학생 사안⋯더 깊이 고민하자
내년도 대입부터 모든 대학에 의무 반영
가장 경미한 서면사과로도 교사 길 막혀
“학폭위원회 시스템 공정한지 재점검해야”
전문성‧객관성…책임 걸맞은 완성도 필요

지난 목요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됐다.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수험생들은 이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원서 접수를 준비하고, 논술‧면접‧실기 등을 준비하며 합격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았더라도 학교폭력 이력으로 인해 대학에 불합격하는 사례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교육부의 ‘전국 대학 학교폭력 감점제 반영 현황’에 따르면 2025학년도 입시에서 국공립‧사립대 61곳과 교육대학 10곳이 학교생활기록부 내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대입 전형 평가에 반영했다. 이들 대학이 학교폭력 이력을 반영해 평가한 학생은 총 397명이었으며 이 중 298명, 약 75%의 학생이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폭력 이력이 반영되면, 사실상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2026학년도 대입부터는 모든 대학이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으므로, 올해 입시에서 학교폭력 이력이 합격을 뒤바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 무게는 특정 진로에겐 더욱 엄격하게 작용한다. 서울교대‧경인교대‧부산교대 등 일부 교육대학은 2026학년도 입시부터 가장 경미한 1호 처분(서면사과)에 대해서도 ‘부적격’ 처리, 즉 불합격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른 교대 역시 처분 수위에 따라 감점 폭을 크게 적용하거나 지원 자격을 제한할 방침이다. 가장 경미한 1호 서면사과 처분만으로도 사실상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길이 원천적으로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학교폭력 조치사항 중 1~3호 처분(서면사과, 접촉 금지, 교내봉사)는 비교적 경미한 처분으로 분류되고 학생이 즉시 조치를 이행하면 1회에 한하여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 보류되고 있다. 학생부에 기재가 이뤄진 1~3호 처분은 반복적인 사안이거나 조치 이행이 불성실했을 경우 기재된다는 점에서, 이를 입시에 반영하는 게 타당하며 교사에게는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된다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지원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 또한 존재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 선도‧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더군다나 소년법은 소년보호 처분을 받은 소년에 대해 그 이후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도록 규정하여 학생의 장래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하고 있다. 비행 소년의 낙인효과를 방지하고 온전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소년법 제정 목적에 따라서다. 반면 행정처분인 학교폭력 조치가 학생의 진로와 미래에 더 치명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과연 학교폭력예방법이 의도한 본래 취지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학교폭력이라는 과거의 잘못과 대학 입학 자격이라는 장래의 가능성을 연결시키더라도 사안의 경중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불합격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강력한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현재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충실하고 전문적인 심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여전하다. 사건 수 과다, 법률전문가 위원 부족, 맞폭 신고에 따른 사건의 복잡화와 통일되지 않은 처분 기준 등 위원회 심의 자체의 전문성과 신뢰성 재고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가해학생을 선도하겠다는 대입 의무 반영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그 결과가 학생의 대입을 좌우하는 고등학교 학교폭력 사안은, 중대성을 고려해서 교육지원청이 아닌 시‧도 교육청 단위에서 학폭위를 구성하고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 비율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사안에 대한 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고, 교육지원청 단위보다 풍부한 인력풀을 활용해 심의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대의와 학생의 미래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현시점에서 처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이 갖추어졌는지, 대입 의무 반영이라는 무거운 책임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양윤섭 법률사무소 형설 대표 변호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