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훈 코스닥협회장은 국내 코스닥시장이 여전히 구조적으로 저평가돼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은 혁신 기업이 코스닥에서 태어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가 늘어나고 있어 코스닥 기업이 온전히 성장에만 몰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코스닥 안에서 스스로 성장의 계단을 밟아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코스닥 시장의 체질적 변화를 위한 절박함과 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해선 “코스닥 3000시대가 결코 요원하지 않다”고 자신한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코스닥 상장기업들 역시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 나가고 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혁신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러한 흐름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면 지수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63년생인 이 협회장은 경희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화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연구 기반을 다졌다. 이후 2006년 켐트로스를 창업하고 한국공업화학회장, 코스닥협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올해 2월 코스닥협회장으로 선임되며 시장의 목소리를 제도 논의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맡게 됐다.
◇“코스닥 3000은 가까운 미래”…저평가 선입견부터 바꿔야 = 이 협회장은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이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결정하는 지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자본시장 정책을 강화하고 코스닥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면서 질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들이 혁신기업의 미래 가치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가 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 지수가 상승하지 못한다는 오랜 인식 자체가 기업과 투자자의 기대를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을 미래 산업의 성장 기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져야 하며, 기업의 내재 가치가 시장에서 더 정직하게 평가받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기업이 코스닥에서 성장해야…그러나 규제 무게는 계속 증가 = 이 협회장은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 문제로 ‘지나친 규제 누적’을 제시했다. 그는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나스닥 시총 1위 기업의 11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규모·산업 구조·투자 환경을 고려해도 코스닥은 심각한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나스닥에는 애플과 구글 같은 초대형 기술기업이 다수 상장해 시장을 키우지만, 코스닥은 대부분 중소·중견 기업으로 구성돼 있어 성장의 문턱을 넘는 순간 코스피 이전을 선택하게 되는 흐름이 강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특히 감사 선임 시 적용되는 3% 룰, 외부감사 주기적 지정제도, 내부회계 의무화 등 나스닥에는 존재하지 않는 규제가 한국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규제가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성장 동력을 스스로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협회장은 “기업이 성장 전략에 집중해야 하는데, 규제 준수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3차 상법 개정안, 즉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해 그는 우려의 시각을 드러냈다. 이 협회장은 “자기주식을 강제로 소각하게 되면 인재 확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져 성장 잠재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혁신 중소·벤처 기업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미국·영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이 소각을 의무화하지 않거나 조건부로 의무화하는 데 반해, 한국만 전면 의무화를 추진할 경우 글로벌 스탠다드와 불균형이 발생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닥 기업의 경우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이나 전략적 제휴, M&A 추진 등이 중요한 자금 조달 방식인데, 소각을 강제하면 이러한 선택지도 사실상 거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 여부와 시기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만약 제도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경영권 방어장치 신설 등 보완 입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조달·외국인·개인투자자…코스닥의 구조적 약점을 해결해야 시장이 성장한다 = 이 협회장은 코스닥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 낮은 외국인 접근성, 개인투자자 중심의 투자 구조를 들었다. 그는 “코스닥 우량기업이 코스피로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기관·외국인 수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며 “이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코스닥 시장의 자본조달 매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에서 전체 시가총액 비중만큼은 최소한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기관이 코스닥 주식을 현·선물 차익거래 목적으로 매도할 때 증권거래세를 면제하는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위해서는 영어 기반 정보공시 확대, 외국인 계좌 개설 절차 간소화, 국제 기준 회계·공시 체계 정비 등 실무적 개선이 필수라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K-뷰티, 엔터 등 업종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개발과 해외 투자설명활동(IR) 프로그램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개인투자자 비중이 65%에 달해 단기 차익 추구 성향이 지배적인 투자 구조 역시 코스닥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운다고 진단했다. 장기 투자 시 세금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세법 변경이 잦아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코스닥 기업들도 배당 확대, 투명한 공시와 회계로 장기 투자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와 관련해서는 평가의 객관성·신뢰성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며,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평가 체계 구축과 평가기관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장 이후 기업의 연구개발이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세제 혜택 연계 및 기술기업 특화 성과지표 공시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협회장은 임기 중 목표에 대해 “제도적 지원과 시장 신뢰를 기반으로 코스닥 기업의 성과가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 당국과 협력해 나가겠다“며 “단기적인 지수나 숫자가 목표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고 장기 안목에서 투자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