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물러나고 구자현 서울고검장이 대검 차장검사로 취임했다. 구 신임 차장은 혼란이 커진 조직을 안정시키고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돕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밝혔다.
구 차장은 14일 서울고등검찰청 퇴근길에서 취임 소회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어려운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며 "(검찰이) 안정화되고 자기 일들을 성실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관련 의견을 묻자 "말씀드릴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 자리에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이날 구자현 서울고검장을 대검 차장으로 새로 보임하는 ‘원포인트’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항소 포기’ 논란으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퇴한 당일 전격 발표된 조치로, 발령은 15일 자로 이뤄진다.
구 차장은 사법연수원 29기 출신으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대검·중앙지검·법무부를 두루 거쳤다. 노 전 대행과는 연수원 동기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며, 법무부 검찰국에서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직속 개혁단장을 맡아 검찰개혁 논의에 깊이 관여했다.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일명 검수완박) 문제로 충돌하던 시기에는 법무부 대변인을 맡아 추 장관의 메시지를 조율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전고검 차장, 광주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을 지내며 한동안 비주류 보직을 맡았다. 이후 올 7월 이재명 정부 첫 검찰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복귀했다.
구 차장은 이번 인사로 공석이 된 검찰총장 직무를 대행하면서, 항소 포기 사태로 악화한 내부 여론을 수습하고 조직 기강을 재정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앞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물러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퇴임식을 열고 검찰을 떠났다. 노 대행은 "많은 후배 검사들의 선배로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이번 항소 포기 결정으로 핵심 쟁점을 상급심에서 다툴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들이면서, 노 전 대행은 결정 과정에서 수사팀과의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진수 법무부 차관(29기)과 사의를 밝힌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29기) 등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별도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자신의 항소 포기 결정으로 불거진 검찰 내부 반발과 이를 둘러싼 정부·여당의 징계 논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그는 "검찰 구성원들이 우려를 전한 것임에도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깝다"며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춰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또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 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성원해달라"고 했다.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우려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최근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형사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인해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의에서 국민의 선택권은 존중돼야 한다"며 "국민께서 일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던 곳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있는 검찰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사건을 살펴봐 주기를 바라시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영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행은 2000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거창지청장, 인천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법무부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장을 맡았고, 이후 서울고검 차장, 제주지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이재명 정부 출범 한 달 뒤인 올해 7월 심우정 당시 총장이 중도 퇴진하면서 직무대행을 맡았고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따른 거센 압박 끝에 사의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