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남미 작전, 전쟁 전조인가 [중남미 겨냥 트럼프의 진짜 노림수는 ①]

1962년 쿠바 위기 이후 최대 규모 군 배치
1989년 파나마 침공 재연 우려
멕시코서도 카르텔 겨냥 새 임무 추진
한국, 원유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가 상승 압박
방산업계, 새로운 시장 기회 열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중남미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공식 명분은 마약 카르텔 단속이지만, 외교가에서는 1989년 파나마 침공 때처럼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겨냥한 군사행동을 준비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군사적 긴장 상태 고조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유·석유화학 제품 수출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글로벌 원유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더 큰 유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카리브해 인근에서 미국의 군사력 전개가 강화되면 주변 중남미 국가들의 군비 현대화 수요가 커지는 점도 한국 방산업계에 새로운 시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13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번 주 USS 제럴드 R.포드 항공모함 전단이 베네수엘라 인근의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 이 지역에 이미 약 10척의 해군 함정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 F-35 전투기 등이 배치된 가운데 세계 최대 항모 포드호가 합류한 것이다.

이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해당 지역 최대 규모의 군사력 증강이다. 이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행동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보호하는 군부대에 대한 직접 공격과 베네수엘라 유전 장악을 위한 조치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마약 밀매를 꼽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마약 밀매의 중심지이며, 미국 소비자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행위가 미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베네수엘라도 여기에 맞대응하면서 군사적 충돌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육해공군 및 예비군에 대한 대규모 동원령을 발령하고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항공모함 미 해군 제럴드 R. 포드호. 포드호는 이번 주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CBS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와 전쟁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베네수엘라 영토 내부에 대한 미군의 타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당장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면전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권 교체를 유도하기 위한 고강도 군사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을 떠올리게 한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실제로 역사학자 마이클 그로우는 1989년 파나마 ‘저스트 코즈’ 작전과 이번 베네수엘라 상황의 흥미로운 유사점을 발견했다. 그는 “미국은 1988년 파나마 독재자였던 마누엘 노리에가를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했는데, 최근 마약 테러 카르텔 운영 혐의로 5000만 달러(약 730억 원) 현상금이 걸린 마두로에 대한 기소와 동일한 방식”이라며 “군사적 경로를 선택할 경우 편리한 구실을 마련해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훨씬 더 미국 우선주의 성향이기 때문에 남미에서 지상전에 개입할 것 같지는 않다”며 “대신 정밀 타격 드론 작전은 배제할 순 없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1기 시절 베네수엘라 대사를 맡았던 제임스 스토리는 향후 30일 내 베네수엘라 영토에서 어떠한 선제적 행동이 발생할 확률을 80%로 봤다. 그는 “아마도 공습일 것”이라며 “해당 지역에 배치된 자산 규모를 보면 우리가 뭔가 행동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멕시코 카르텔에 대해서도 미군과 정보 요원을 파견하는 새로운 임무에 대한 세부계획 수립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물론 중남미 곳곳에서 미국이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는 셈이다. NBC방송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멕시코 내 지상 작전을 비롯한 잠재적 임무에 대한 초기 훈련 단계에 착수했다”며 “임무 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아직이다. 파견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