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전반적으로 전년도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자연계 학생들이 사회탐구 과목으로 몰리는 ‘사탐런(사회탐구 러시)’ 현상이 올해 입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는 총 55만4174명이 응시해 2019학년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험생이 시험을 치렀다. 이 가운데 사회탐구 과목을 1과목 이상 선택한 비율은 77.3%로 전년 대비 15.1%포인트 상승,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과학탐구 응시자는 줄어들어 탐구영역 내 상위 등급 확보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창원 수능 출제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수능은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적정 난이도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며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킬러문항’은 이번에도 배제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 1교시 국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EBS 현장교사단 한병훈 교사는 “올해 국어는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사이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적정 난도를 유지했다”며 “독서 난도가 다소 높아져 수험생별 체감 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열팽창계수 개념을 다룬 독서 12번 문항이 고난도 문제로 꼽혔다.
EBS 연계율은 53.3%로, 독서 지문 4개 모두 EBS 수능 교재 제재가 활용됐으며 문학은 8개 작품 중 3개가 연계됐다.
입시업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투스 김병진 소장은 “작년보다 약간 어렵고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운 수준"이라고,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독서 지문이 전체 난도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139점)와 비슷하거나 올해 9월 모의평가(143점) 중간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학 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으나, 공통과목(수학Ⅰ·Ⅱ)에서 종합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늘어 상위권 변별력이 다소 강화됐다는 평가다.
EBS 현장교사단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학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됐으며, ‘킬러문항’은 배제됐다”며 “공통과목에서 상위권을 변별할 수 있는 문항이 적절히 배치됐다”고 말했다.
EBS 연계율은 약 50%로, 공통과목 12문항과 선택과목(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각 3문항이 연계됐다. 변별력을 높인 문항으로는 공통 21·22번과 선택 30번이 꼽혔다.
다만, 종로학원 수학 강사진은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고, 지난해 수능보다 체감 난도가 높았다”며 “특히 미적분 30번은 계산량이 많아 풀이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수능의 최대 변수는 ‘사탐런’이다. 사회·과학탐구 응시자 중 사회탐구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학생은 41만1259명(77.3%)으로, 지난해보다 약 7만 명 늘었다. 서울대를 제외한 주요 대학들이 과학탐구 필수 조건을 완화하면서 자연계 수험생들이 사회탐구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학습량이 적고 난도가 낮은 점이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탐구 과목 간 유불리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탐구영역에서 과목별 유불리 가능성이 높아, 채점 결과에 따라 상위권 정시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교시(국어) 결시율은 9.4%로 지난해(13.4%)보다 크게 감소했다. 전체 응시자 54만8천여 명 중 49만7천여 명이 시험을 치렀으며, 충남이 12.21%로 가장 높고 부산이 6.64%로 가장 낮았다.
전반적으로 올해 수능은 ‘킬러문항 배제 속 변별 유지’ 평가를 받는다. 다만 탐구 선택 구조 변화와 독서 난도 상승으로 상위권 점수 분포는 다소 요동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수시·정시 전략을 신속히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