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선언 넘어 실행력 확보가 관건⋯재정 지원 절실”
재정 지원·실행 계획 없다면
‘AI 인재 양성’ 공염불에 불과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이 우수 인공지능(AI) 전문가를 확보하려면 단순한 정책 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산업계와 학계 모두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대학의 연봉 수준과 연구 환경은 해외 AI 기업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학과 해외 기업 간 연봉 격차는 10배 이상으로, 단순 정책만으로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 AI 기업 오픈AI의 초임 연봉은 86만6000달러(약 12억6000만 원), 앤스로픽(Anthropic)은 85만5000달러(약 12억50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2020년 기준 서울대 정교수 연봉은 약 1억2000만 원 수준으로, 5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중국이나 미국 기업들은 인재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맞춰준다”며 “한국에서 연구한다는 게 오히려 비합리적일 정도로 처우와 인프라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파격적으로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동시에 갖춰야 국내 대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실행력이 없이는 ‘AI 인재 양성’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AI학과 교수는 “국내 대학이 우수 AI 전문가를 유치하려면 연봉과 연구 환경, 산업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모두 제공해야 한다”며 ““정부가 국가석좌제나 정년 연장을 외치기보다 구체적인 예산과 현장 중심의 실행 계획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 현장과 연계된 연구 환경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강상기 한양대 AI센터장은 “데이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컴퓨팅 자원은 대부분 기업이 가지고 있다”며 “교수들이 산업과 협업하거나 겸직하면서 연구를 한다면 훨씬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며 말했다.
그는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학교가 함께 풀면 교육 내용도 현실적인 문제 해결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런 겸직과 산학 연계 구조가 활성화돼야 산업 생태계 전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AI 인재 유치를 위해 각종 제도를 내놓고 있지만, 실적 위주의 행정과 열악한 연구 환경으로는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민석 국민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정부가 외국 인재를 데려오는 사업을 많이 하지만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게 문제”라며 “해외에서는 반쪽짜리 연구 제안서 한 장이면 되는 일을 한국에서는 수십 쪽짜리 보고서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구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며 “연구자 처우도 낮고 GPU 같은 기본 연구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에서 해외 전문가들이 한국을 매력적으로 느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I 인재 양성을 위한 콘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현재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각자 AI 인재 사업을 따로 추진하면서 사업이 파편화돼 있다”며 “AI 인재 양성을 위한 콘트롤타워를 만들고 산업·교육·고용 정책이 함께 돌아가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