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체적·정신적 괴롭힘, 집단 따돌림 등을 통칭해 '이지메'라 한다. 학교 내 이지메는 개인 간 갈등을 넘어 집단성을 띠며, 은밀하고 조직적인 특성을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지메가 학교를 넘어 조직사회와 기업으로 확산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직장 내 괴롭힘은 회사의 암묵적인 지시나 사주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일본 기업의 종신고용제에 순응하여 퇴직 압력에 굴하지 않는 사원에게 이지메에 의한 퇴직을 강요한다. 과거 일본 법원은 회사에서 수시로 얻어맞고 욕설을 들으며 괴롭힘을 당한 것이 자살로 이어졌다며, 직장 상사에게 6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폭력은 비교적 드러나기 쉽고 학교나 교육청 등 명확한 관리 주체가 있지만, 성인 간 직장 내 괴롭힘은 훨씬 은밀하고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상하관계, 인사권, 고용 불안 등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이런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느냐'는 법률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변호사들조차 해당 행위가 법적으로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입증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이 갈리는 영역이다.
예컨대 어느 회사는 직원 간 유대 강화를 위해 워크숍 참여를 권유했다가 일부 직원이 '사생활 침해와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항의해 행사를 취소한 일이 있었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출장길에 함께 가는 대표의 차량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데 환기를 하지 않고 운전했다'며 괴롭힘으로 주장한 경우도 있었다.
'음흉한 시선과 눈빛으로 자신을 본다'는 이유로 괴롭힘 신고나 법률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 경우 '본다'는 행위의 객관적 증명이나 반복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주관적 불쾌감이 법적 보호의 범위에 어느 정도로 포함되는지 논란이 된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행위의 유무보다 그 행위가 '업무상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이보라 변호사는 "이런 사례처럼 경계선에 놓인 사례가 늘어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폭언이나 폭행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일체의 행위'로 폭넓게 해석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상황마다 맥락과 관계의 권력 구조가 달라, 어디까지가 정당한 업무지시이고 어디서부터 괴롭힘이 되는지를 가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같은 직장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도 여전하다. 통상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 피해자 모두 사회적 역할과 생계를 걸고 조직에 속해 있다. 피해자는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은폐되거나 묵인되는 경우가 많다.
또 조직 내 평판, 승진, 인사 평가 등의 요소가 얽혀 있어 괴롭힘을 호소하는 행위 자체가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가해자가 인사권을 가진 상사이거나,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개인의 성격 문제나 조직 적응의 문제로 치부돼 피해자의 고통이 축소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