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합평가 결과⋯단기 실적만 볼 수 없어”

롯데손해보험 노동조합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 노조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조합원 2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개선권고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원들은 ‘금감원 해체’를 외쳤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적기시정조치로 유동성 위기 생기면 금융위는 어떻게 책임질 거냐’ ‘금융위 괘씸죄에 건실한 보험회사 망한다’ 등의 피켓이 세워졌다.
이날 김증수 노조위원장은 삭발식을 했다. 김 위원장은 “10월 30일 안건소위에서 퇴직연금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지만 금감원은 ‘유동성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만 했다”며 “회사가 자본 건전성 지표를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로 12월 퇴직연금 갱신 시즌을 앞두고 영업이 위축되고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롯데손보 측은 금감원의 ‘비계량평가’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롯데손보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2024년 6월 말 기준 자본적정성의 계량평가 등급은 3등급(보통)이었으나 금감원이 비계량평가 일부 항목을 근거로 4등급(취약)으로 조정했다”며 “비계량평가 결과만으로 경영개선권고가 내려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실태평가 제도의 본래 취지인 ‘계량지표 중심 감독’을 벗어나 감독당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비계량평가뿐 아니라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 결과”라며 “9월 잠정 실적이 단기적으로 좋아졌다고 해서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롯데손보는 행정소송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 법률사무소과 최근 법적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사측이) 1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행정소송 착수를 결정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롯데손보는 올해 4월 금감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FI(재무적 투자자) 중심의 지배구조로 장기 안정성보다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보험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누차 권고했지만 롯데손보가 이행하지 않았고, 매각만을 고려한 대주주 행보가 문제였다”며 “단기 지표 개선에 그쳤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선 강경 조치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금융당국에 맞서 항의하는 건 업계에선 매우 드문 일”이라며 “지표가 개선됐는데도 제재가 과도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이번 조치로 대주주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매각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그간 JKL파트너스에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본 확충을 요구해왔지만, JKL파트너스는 매각을 앞두고 추가 출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김 위원장은 "당초 대주주가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면 문제될 일이 없었겠지만 어려운 문제"라며 "지난해 우리금융이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매각가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불발 된 만큼 몸값을 더 높이게 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기 어려웠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손보 노조는 7일 금융위원회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간다. 김 위원장은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판결 추이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