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며 완화에서 규제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규제 완화 기조를 뒤집고 사상 초유의 대출 금액 제한과 서울 전역 규제지역 지정 등 시장 전반을 다시 옥죄었다. 정책의 무게추가 다시 ‘통제’로 돌아왔다.
이 같은 흐름에는 이전 정부부터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다시금 들썩이기 시작한 주택시장이 자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고서에 따르면 강남 30평형 아파트는 2022년 5월 26억3000만 원에서 2025년 5월 32억3000만 원으로 3년 새 6억 원(23%)이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시장 방치의 결과’로 해석했다. 취임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윤석열 정부의 완화 기조와는 반대되는 강한 개입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이후 불과 보름 만에 발표된 ‘6·27 부동산 대책’은 그 의지를 수치로 드러냈다.
6·27 대책의 핵심은 사상 초유의 대출 금액 제한이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전면 금지됐고 1주택자 역시 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묶었다. 금융당국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지침이 내려졌으며 은행권에는 투기성 자금 유입을 원천 차단하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정책 방향은 단순한 규제 복귀가 아니라 가계부채를 통제의 축으로 삼은 시장 억제형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어서 9월 7일에는 공공 위주의 공급 확대를 내세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250만 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하며 공공택지 직접개발과 후분양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급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 중심의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공공 주도의 공급 복원으로 균형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규제와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월 13억8174만 원에서 9월 14억3621만 원으로 뛰었다. 대출과 거래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네 달 연속 상승세가 이어진 셈이다. 특히 지난달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46% 상승하면서 17개월 연속 상승과 함께 올해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결국 정부는 불과 한 달 뒤인 지난달 15일, 한층 강화된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규제 대책을 내놨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다시 40%로 축소했다. 완화 기조를 완전히 되돌린 이번 조치로 수도권 대부분이 사실상 ‘전면 규제 구역’으로 편입됐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꺾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10·15 대책을 내놓은 이후로 시장은 주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이 실시된 10월 넷째 주(27일 기준)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3%로 집계됐다.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 중이지만 전주 상승률(0.50%)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폭이 줄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로 인해 상승세가 멈춘 게 아니라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의 가격은 6·27 대출규제 직후에도 2개월가량만 주춤했다가 9월 들어 다시 상승 폭을 키운 전례가 있어서다. 또한 단기적인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대출과 거래를 통제했지만 이것이 실수요 회복과 공급 정상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대책은 명확히 규제 일변도”라며 “강력한 수요 억제책으로 단기적인 안정 효과는 낼 수 있겠지만 지나친 대출 규제와 거래 제한은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오히려 줄이고 시장 자금 흐름을 막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