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26만 장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GPU 확보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에 가장 애로사항이었던 AI 인프라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며 AI 3강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다만 GPU 확보 이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부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전 세계적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확보하는 것이 AI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며 “이번에 확보한 26만장을 포함하면 (GPU가) 총 30만장 규모로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이 서로 앞다퉈 이를 확보하려 하고, 중국에선 아예 팔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병목이 해결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PU 품귀 현상’은 국가별 GPU 확보전으로 번졌다. 약 150만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이후 우회 경로를 통하거나 암시장 거래를 통해 GPU를 확보해왔다. 중국은 GPU 보유 세계 2위국이며, 1위는 2000만장을 보유한 미국이다.
이밖에는 영국이 올해 9월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6만 장 공급을 약속하는 협약을 맺었으며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과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파트너십 등 2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연 50만 장의 엔비디아 AI 칩을 공급받는 내용을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 클라우드에 엔비디아의 ‘블랙웰’ 등 최첨단 GPU 총 26만 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GPU 보유 3위국으로 올라섰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GPU를 대량 확보한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든 AI를 통해 다양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데에 있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제조역량이 있기 때문에 제조역량에 AI 인프라가 더해지는 형태라면 굉장히 높은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막대한 연산 자원이 필요한 로봇·모빌리티 등 피지컬 AI에 이번 GPU 확보는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GPU 보유국 3위가 'AI 3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교수는 “2위와 격차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 1위,2위 다음은 3위가 아닌 3위 그룹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부위원장 또한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3등이 아니라 '3강'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PU 확보는 시작일 뿐, AI 3강을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후속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최 교수는 “그동안 GPU가 없었기 때문에 AI의 적극적인 행보가 시작을 못했다는 것은 타당한 주장이지만 GPU를 확보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만 볼 수는 없다”며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그동안 5만장 이상을 셋팅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확보한 GPU 만큼 데이터센터 인프라부터 토지, 인재채용, 전력, 냉각수, 클라우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이밍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구축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는 그 이후에 나는 것이다. 이에 압도적인 예산이 조기 집행돼 속도감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