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 판교사옥 매각 후 임차
T커머스 1위 'SK스토아'도 정리
AIㆍ데이터센터 등 투자재원 확보

SK텔레콤이 해킹 사고 여파로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자산 매각과 자회사 정리를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중심의 체질 전환을 위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통신 본업의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산 유동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T는 SK플래닛 판교 사옥을 계열사 SK리츠에 2156억9900만원에 오는 26일 매각할 예정이다. SKT는 매각한 건물을 다시 임차하며 SK플래닛이 사옥으로 계속 사용한다. 거래 금액은 477억4700만원으로 보증금이 78만9000만원, 연간 임차료가 465억2400만원이다. 임차 기간은 26일부터 2030년 11월 25일까지다.
SKT가 밝힌 SK플래닛 판교 사옥 매각 목적은 ‘재무건전성 제고 및 성장투자 재원 확보’이다. 사옥을 팔고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sale&lease-back)’ 구조를 통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실사용은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SKT는 올해 들어 자산 매각과 비주력 사업 정리를 병행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1위 업체인 SK스토아 매각이 공식화됐다. 양맹석 SK스토아 대표는 지난달 15일 사내공지를 통해 “당사가 조만간 매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T는 최근 코난테크놀로지의 구주주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아 지분율이 기존 20.48%(235만9160주)에서 18.85%(235만9160주)로 1.63%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행보는 실적 악화로 인한 현금성 자산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SKT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0.9% 감소했다. 매출은 3조97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667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실적 악화에 따라 3분기 배당도 하지 않는다.
업계에선 SKT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전 ‘빅배스(big bath·부실을 한 번에 반영해 털고 가는 것)’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킹 사고 대응으로 인해 이동통신 매출이 전 분기보다 5477억원 줄었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과징금 1348억원도 비용으로 반영됐다. 이날 실적 발표 직전에 SKT는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AI 중심 구조 개편을 가속화하던 SKT가 해킹 사태 대응으로 재무 여력이 악화된 만큼, ‘자산 유동화’ 행보는 AI 전환 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 실적 방어가 아니라, 통신사업에서 AI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SKT는 지난 9월 AI CIC(사내회사) 출범을 알리며 5년간 5조원 규모의 AI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연 매출 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8월 울산 AI 데이터센터 기공식을 열어 본격적인 구축 단계에 돌입했으며 오픈AI와도 서남권 전용 AI 데이터센터 구축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조봉현 IBK연금보험 부사장은 “SKT를 비롯한 SK그룹은 비상경영 체제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들이 최우선으로 하는 전략은 현금 확보와 내실 경영”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기존 통신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AI·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해킹 사태의 여파도 있겠지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AI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상황이라 재원 마련과 조직 효율화 전략으로 가는 것”이라며 “SK그룹이 오래된 회사라 관료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면서 조직을 슬림화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