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암병원 병원학교장 한승민 소아혈액종양과 교수·윤혜진 교무부장 [인터뷰]

“입원은 싫지만, 병원학교가 좋아서 병원에 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연세암병원 병원학교의 이야기다. 병원학교는 만성질환으로 3개월 이상의 입원 또는 통원치료가 필요한 건강장애 학생들을 위한 ‘병원 안 작은 학교’다. 정교사 두 명, 심리상담가,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해 지난 한 해에만 85명의 아이들이 연세암병원 병원학교를 거쳐갔다.
초등학생은 1일 1시간, 중고등학생은 1일 2시간 이상 병원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하루의 출석을 인정받는다. 덕분에 소아암병동 환자들은 유급이나 학업 중단에 대한 걱정을 덜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본지 최근 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암병동 한편에 위치한 병원학교에서 한승민 교장(소아혈액종양과 교수)과 윤혜진 교무부장을 만나 병원학교의 기능과 목표를 들었다. 8명분의 어린이용 책걸상이 놓인 아담한 교실은 아이들이 환자가 아닌, 학생으로서의 일상을 지키도록 돕고 있었다.

한 학교장은 “아픈 아이들이지만 학교에 가는 건 학생의 당연한 권리”라며 “아이들이 긴 치료를 받는 중에도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했다. 윤 교무부장 역시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학습을 경험하는 것, 그래서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병원학교에서는 학생의 연령에 따라 국어, 영어, 과학, 지리 등 일반적인 교과목 수업을 제공한다. 이뿐만 아니라 베이킹과 미술 등의 체험 중심 수업도 학생들에게 인기다. 대학 입시나 진로 지도도 이뤄져 학생들이 치료 후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다. 투병 중 병원학교에서 공부한 뒤 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한 교장은 “학업 중단과 대학 진학 등 미래에 대한 소아암 환자들의 걱정이 생각보다 크다”라며 “병원학교에서 진로 수업을 들으면서 치료를 마치고 본래의 학업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윤 교무부장은 “병원학교는 출석인정을 위해 마련된 곳이지만, 교사들은 항상 아이들에게 출석인정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한다”라며 “학생들의 연령대가 유치원부터 초등, 중등, 고등학생까지 다양해, 비교과 수업을 다채롭게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학생의 수요에 따라 교과목 1대 1 지도를 하기도 한다”라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병원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치료 이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 입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 수업 체험을 지원하는 '상록수 캠프', 학교복귀를 앞둔 건강장애 학생 학급 구성원을 대상으로 학생의 주치의 교수님이 실시하는 '건강장애 이해교육' 등이 있다.
학생들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때면 윤 교무부장은 남다른 보람을 느낀다. 연세암병원은 완치 후 일상으로 돌아간 학생이 ‘명사 특강’ 프로그램을 통해 병원학교에 방문해 학생들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한다. 윤 교무부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받고 희망을 얻었다"라고 덧붙였다.
병원학교 운영의 어려움을 묻자 한 교장은 “더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병원학교는 병원 내부 시설이지만 교육청 지원금으로 운영된다”라며 “후원금이나 외부 도움 없이는 재정적인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병원학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늘어나면, 더욱 다양한 수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한 교장은 내다봤다.

윤 교무부장은 구조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병원 학교는 유치원생, 자퇴생, 유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을 지원한다”라며 “출석 인정이라는 기능 이외에도 학생들의 다층적 필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병원학교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는지 묻자 한 교장과 윤 교무부장은 입을 모아 이렇게 답했다.
“학생들이 힘든 치료 과정 중에도 병원학교에 오는 것을 즐거워하고, 이곳이 큰 기회라고 느껴줬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학교 말고 병원학교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부모들도 있고, 입원을 거부하던 아이도 병원학교 간다고 하면 수월히 따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이 치료의 공간이 아닌 일상의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병원에 있지만, 병원이 아닌 곳으로서, 아이들이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