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일각선 “정부 신뢰 회복이 우선”

최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 각료의 고가주택 소유 문제가 논란인 것과 관련해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살펴보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제도가 실제 도입 가능성이 있을지, 위헌 논란은 없을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정책입안자, 참모들 집을 매도하라고 건의할 수 있겠나’라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김 장관은 “그렇다”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백지신탁제 시행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고위공직자가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당 제도는 앞서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논란이 일 때마다 도입 논의가 이어져왔다.
최근에도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이 담긴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정책을 주도한 고위공직자들의 고가주택 보유와 다주택 논란이 일었다. 갭투자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상경 전 국토부 1차관부터 다주택 보유 및 강남 아파트 고가 매물 논란 등을 빚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0년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고위공직자에 대해서 주식 백지신탁제처럼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에 입법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20년 신정훈·윤재갑 민주당 의원이 관련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신정훈 의원안은 재산공개 대상자와 국토부 소속 공무원 등이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부동산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 시도는 20대 국회에서 흐지부지됐다. 이 대통령도 이번 대선에서는 관련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부동산 백지신탁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위헌 가능성이다. 앞서 2012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의 주식 백지신탁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해 그 직무와 보유주식 간의 이해충돌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있다”며 “이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헌재는 같은 결정에서 백지신탁 대상으로 부동산을 포함하지 않은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부동산은 주식보다는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고, 주거 또는 영업 등 개인 생활과 직접 연관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부동산은 주식에 비해 수탁자가 시장에서 환가하기가 용이치 않고 개인의 생존에 더 직접적인 형태로 연관돼 있어 그 처분을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고려해봄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부동산·가상자산 백지신탁제도 도입의 전제조건’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등으로 백지신탁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이해충돌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충돌 문제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백지신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공직자 재산의 일률적인 매각을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연주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2021년 관련 논문에서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하며 공직 포기, 다른 직위로의 변경 신청 등 대안 가능성을 고려하면 규제가 사유재산 제도의 부정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고위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 법안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요한 건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같은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당국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제도를 도입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공직자들 입장에서 본인들의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건데 적극적으로 도입에 나설지 의문이 든다”며 “중요한 것은 백지신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고위공직자 본인들은 (갭투자 등) 해왔던 걸 국민들은 못하게 했다는 지적이 크기 때문인 건데, 그런 제도 도입이 정책에 대한 신뢰성까지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