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 대출도 한도 축소…기금 형평성보다 실효성이 우선

서울 집값과 평균 소득은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대출 기준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수요자의 접근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지역 간 형평성 논리가 발목을 잡아 제도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에서 6억 이하 물건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는 드물다. 부동산 플랫폼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6억 원 이하 아파트(전용 50㎡ 이상) 거래 비중은 2015년 78.0%에서 2020년 29.4%, 2023년 13.7%로 급감했다. 올해 9월 기준으로는 9.2%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1채만 보금자리론 대출 대상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자격 기준 탓이 크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대표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시가 6억 원 이하,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 원 이하 주택에 최대 4억2000만 원을 지원한다. 2004년 출시 이후 20년 넘도록 요건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다만 2023년 한시적으로 주택가격 한도를 9억 원으로 상향하고 소득 제한을 없앴던 ‘특례보금자리론’이 판매된 적 있다.
서울 거주자들이 소득 기준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계청의 '2023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혼 신혼부부의 평균 연소득은 6834만 원이지만 서울은 8710만 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27% 높다. 서울은 부부합산 연소득을 초과한다. 올해는 소득 수준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도 크다.
출산가구 대상 ‘신생아 특례디딤돌대출’도 비슷하다. 보금자리론보다 완화된 주택가격(9억 원 이하)과 소득 기준(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 원 이하)을 적용하고 있으나 '6·27 대책' 발표 후 대출 한도가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었다. 보금자리론과 신생아 특례디딤돌대출 모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1~2%포인트(p)가량 낮지만 정작 서울 실수요자는 주택가격과 소득 기준에 걸려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일반 주담대와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덜 받지만 서울 실수요자는 가격과 소득 기준에 막혀 접근조차 어렵다”며 “서민금융이 오히려 서민을 배제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책대출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까지 있다”며 "미혼일 때는 연 소득 7000만 원을 대출이 가능하지만 2명 합산 연 소득은 8500만 원을 넘기면 대출 신청 자체 할 수 없어 미혼 상태로 두고 대출신청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소득 기준 상향을 촉구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도 “신생아 특례대출 한도 축소는 출산가구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조치”라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 한도 복원과 금리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국은 ‘지역 형평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하려면 일정한 대출 요건이 불가피하다”며 “기금의 공공성과 재원 구조를 고려할 때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유리한 완화는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형평성보다 실효성을 중심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역별 소득·집값 구조가 극명하게 다른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제도는 공정해도 결과는 불공정하다”며 “정책대출의 본질이 실수요자 지원이라면 이제는 기준 현실화를 논의할 때”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