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페이·베이징 라인 증설…中 메모리 자립 가속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강화하고 있다. 특히 창신메모리(CXMT)가 화웨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협력 체제를 빠르게 완성시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기술·생산력 양면에서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디지타임스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CXMT는 최근 화웨이에 4세대 HBM인 HBM3 샘플 공급에 착수했다. 해당 제품은 16나노미터(㎚·1㎚=10억분의 1m) 기반 공정으로 제작됐다. 대량 양산 체제는 내년 초로 전망된다. 현재 시장에서 주류제품은 5세대인 HBM3E지만, 자체적인 기술적 진일보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그간 저사양, 범용 반도체에 집중했던 CXMT가 인공지능(AI) 칩 시장에 빠른 속도로 정착하고 있다. 특히 자국 기업에 직접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양산 체제를 갖춰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타임스는 CXMT에 대해 “글로벌 선두사보다 아직 3~4년 뒤처져 있지만, 중국 반도체 자립에 있어 중요한 진일보”라고 설명했다.
CXMT는 생산량 확대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미 허페이와 베이징 공장에서 HBM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두 공장 웨이퍼 생산 능력은 올해 월 23만 장에서 28만 장으로 확대됐으며, 내년에는 최대 30만 장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상하이에도 HBM3 양산을 위한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
자금조달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CXMT는 내년 1월 상하이 증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200억~300억 위안(약 40조~60조 원)을 조달하는 게 목표다. 상장 시 기업 가치는 최대 3000억 위안(약 60조 원)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망 현지화가 맞물리면서 기업가치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세는 미국의 기술 제재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HBM 기술을 포함한 첨단 메모리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중국 압박을 위해 엔비디아의 AI 칩 판매 금지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마이크론 역시 최근 중국 내 데이터센터 서버용 메모리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여전히 국내 기업들과는 점유율 격차가 있지만, 기술 추격 속도가 빠른 만큼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3%에서 올해 2분기에는 5%로, 점차 우상향하고 있다. 2027년에는 1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추격 속도도 문제지만, 생산 및 패키징 인프라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라며 “한국 기업들도 차세대 기술과 패키지 공정 집중하면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