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유언대용신탁⋯상속 분쟁 새 변수로 [달라지는 상속 풍경-유언에서 신탁으로]

대법원 ‘신탁 일부무효’ 첫 적용⋯위탁자 의사 중시한 판단
고령자 의사능력·유류분 대상 여부 등 법적 쟁점 다수 有
“유언대용신탁, 유언과 달리 사후 분쟁에 따른 영향 적어”

(챗GPT 이미지 생성)

유언대용신탁이 고령화와 가족 형태 변화 속에 상속 설계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법적 쟁점과 분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에 비해 상속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분명하지만 제도의 활용이 늘면서 효력과 한계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도 점차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유언대용신탁 사건에서 ‘신탁 일부무효 원칙’을 처음으로 적용, 위탁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아버지가 집을 신탁으로 맡기면서 함께 살던 자녀를 수탁자이자 사후 수익자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다른 형제들이 상속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자 1·2심은 수탁자가 수익을 얻는 건 신탁법상 금지돼 있다며 계약 전체를 무효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수탁자에게 사후수익을 주는 부분은 무효지만, 신탁이 종료된 뒤 재산을 누구에게 귀속시킬지는 별개의 문제로 본 것이다. 즉 ‘수탁자=사후수익자’라는 이유로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한 부분만 잘라내고 나머지는 살릴 수 있다는 취지였다.

사건을 맡았던 석근배 법무법인(유한) 세종 변호사는 “유언은 법에서 정한 형식을 충족해야 효력이 생기지만,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을 통해 당사자의 의사를 보다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위탁자의 의사를 존중해서 판단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아버지를 부양했던 자녀는 파기환송심에서 승소해 재산을 단독으로 넘겨받았다.

실무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분쟁이 나타나고 있다. 조세·상속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신탁 체결 즉시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가 소유권에 대한 제약이 생긴다”며 “계약 당사자가 뒤늦게 효력을 다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고령자의 의사능력을 둘러싼 다툼도 빈번하다. 실제로 계약 당시 판단능력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신탁 계약 단계에서 고령자의 판단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분쟁을 최소화할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류분 문제 역시 대표적인 쟁점이다. 과거 신탁 재산이 유류분 대상에서 제외된 판례도 있었지만 최근 하급심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해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속인들이 사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지점을 지적한다. 상속인 간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거나, 사후수익자 변경을 둘러싼 다툼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조세법을 전문으로 하는 또 다른 변호사는 “유언은 소송이 제기되면 집행이 지연되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정해진 절차대로 바로 집행된다는 점에서 유언과 달리 사후 분쟁에 따른 영향이 적다”며 “상속 과정에서 분쟁 가능성이 크다면 사전에 신탁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 두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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