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APEC…'신흥국'에서 '주도국'으로 [APEC 경주, 세계 중심에 서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에 한국서 개최
경제력, 국제 위상 등 확대...수출액도 대폭 늘어 세계 6위 수준
문화·콘텐츠 산업도 성장...드라마 중심에서 웹툰·캐릭터 등 다양화
"글로벌 사회에서 주도적 역할하는 등 국제적 위상 확대 기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인들이 28일 한국 경주에 총집결한다.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CEO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역내 주요국과 신흥국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자 무대다. 한국이 신흥국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주도국’으로 도약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2005년 부산 APEC은 한국이 처음 주최한 대규모 국제 정상회의였다. 당시 한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9349억 달러, 세계 12위의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이었다. 조선과 자동차, 전자산업이 급성장하며 산업화의 정점을 향하던 시기였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은 제한적이었다. 경제적으로는 고속 성장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다자외교나 국제 의제 설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경제력과 국제 위상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명목 GDP는 약 1조870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세계 경제 규모 순위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12위권이지만 경제의 규모와 내용은 전혀 다른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수출액은 2005년 2847억 달러에서 지난해 6838억 달러로 2.4배 증가하면서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도 고도화됐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GII)에서는 올해 한국이 4위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최고 혁신 국가로 인정받았다.

문화·콘텐츠 산업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2000년 초반에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를 중심으로 이제 막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에는 K-드라마 중심의 문화 수출이 일본·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만 국한됐다. 드라마나 영화 등 단일 콘텐츠 수출로만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보니 문화 교류로만 인식될 뿐 수출 산업으로 보기엔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는 케이팝, OTT 드라마, 웹툰, 게임, 캐릭터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에 따라 한류 이미지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한류’ 하면 그저 재밌는 아시아 드라마였으나 이제는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하나의 문화로 변모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제 위상도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에서 기술·문화·혁신이 어우러진 ‘복합 경쟁력 국가’로 확장했다.

외교 무대에서의 존재감도 커졌다. 그동안 한국은 G7 정상회의에서 공식 회원국은 아니지만, 초청국이나 협력파트너 자격으로 꾸준히 참여해왔다. 또한 기후·에너지·디지털 경제 등 다자 협의체에서 핵심 논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경제·공급망·에너지전환 등 다자협의체의 핵심 의제에서 한국은 단순 수혜국을 넘어 협력국·선도국으로서 역할이 바뀌었다.

정부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 개최국은 단순히 회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핵심 중견국으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번 APEC을 계기로 앞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국제적 위상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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