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한 인프라에 치안 불안까지..."관심 밖 투자처 될 것"[캄보디아의 경고]

캄보디아 현지에 투자하거나 진출을 추진했던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 중소 업체가 캄보디아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건 사실상 '맨 땅에 헤딩'이나 다름없다. 특히 산업 인프라가 낙후해 제조업 진출에는 매력적인 도시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캄보디아 투자 진출 주요 장벽 (그래픽=손미경 sssmk@etoday.co.kr)

2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공식적으로 약 115개로 집계된다. 다만 코트라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업까지 약 200여 개가 나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업이 46.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조업에선 낮은 인건비를 중심으로 한 섬유봉제업 진출이 활발하다.

캄보디아 현지 소식에 정통한 A 씨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작고, 물류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전기 자급이 100% 되지 않아 베트남이나 라오스에서 전기를 수입해 써야하다보니 (인근 국가 대비) 가격이 높다"라며 "그나마 섬유봉제업은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진출이 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값싼 노동력도 이제 옛말이다. 최근 5~10년간 캄보디아의 인건비 역시 많이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코트라가 작성한 캄보디아 관련 보고서엔 "물류 인프라가 아직 완비돼 있지 않고, 관련 물류 비용도 높아 제조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교육 기반이 미흡해 숙련된 전문·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생산성이 낮다. 인재 육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연한 부패 등 투명성이 부족한 행정절차도 장벽으로 꼽힌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23 부패인식지수'에서 캄보디아는 180개국 중 158위를 기록했다. 관련 기관들의 일관성 없는 결정도 불편 사례로 거론된다.

현지에 진출한 B 중소기업의 관계자도 "현지 투자나 시장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비용이나 인력 투자가 많이 필요한 곳"이라며 "캄보디아 진출엔 현지 파트너사 필수"라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전시회나 박람회 등이 많지 않은 점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에서 바이어를 직접 찾는 게 최대 숙제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B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이나 태국은 교류가 열려있지만 캄보디아는 다르다"고 했다. B 기업이 캄보디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인근 국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파트너사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해당 기업은 캄보디아 내 추가 개점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난해 12월 유엔(UN)의 최빈개도국(LDC) 졸업 확정으로 5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9년 최종적으로 LDC 지위를 벗어나게 된다. 이에 캄보디아 정부는 섬유봉제업 등 낮은 인건비를 활용한 단순 제조업에서 벗어나 전기·전자, 자동차 산업 등에 대한 육성 정책을 구상 중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의 생산거점로 삼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번 강력 범죄 사태로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동남아 핵심 투자처에선 외면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지금 누가 캄보디아로 움직이겠다. 열악한 환경에도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들이 있었지만 납치 등 안전문제를 장담할 수 없게 돼 사실상 '관심 밖'(의 투자처)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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