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인류에 남긴 유산”…이건희 5주기, 여전히 살아있는 ‘KH의 정신’

문화·의료·기부로 이어진 ‘결단’
‘이건희 컬렉션’ 세계 순회…韓 미술의 위상 높여
소아암·감염병 지원, 3만 명 환아의 ‘희망’으로

▲서울시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 사전공개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를 앞두고 그가 남긴 ‘KH(Lee Kun-Hee) 유산’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기려 지난 2021년 문화예술품과 의료기부를 결정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은 총 26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사회에 환원됐다. 유족의 결단으로 시작된 ‘KH 유산’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2021년 4월 "문화유산 보존은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했던 고인의 뜻을 기려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가기관에 기증했다. 이는 국내 미술사상 최대 규모의 기증으로 한국 문화예술계의 ‘대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기증품에는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고미술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이 전달됐다.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이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한국 문화유산의 대표작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는 ‘이건희 컬렉션’이란 이름의 국내 순회 전시를 통해 35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국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미술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박물관을 시작으로 시카고미술관(2025년 3~7월), 영국 대영박물관(2025년 9월~2027년 1월) 등에서 순회전을 연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거장으로 불리지만 해외에 덜 알려진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이 세계 미술계에 소개될 예정이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이건희 컬렉션은 단순한 기증이 아닌, 한국 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박물관 ‘톱5’(341만 명)에 오르며, 루브르·바티칸·대영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선대회장이 강조한 “국립박물관의 위상 제고”가 현실이 된 셈이다.

또 이 선대회장은 생전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사회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유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3000억 원을 기부해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지원사업’을 출범시켰다.

2021년 시작된 이 사업은 2030년까지 10년간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160개 기관, 1000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다. 진단·치료·연구 3개 부문으로 나뉜 사업은 현재까지 2만2000여 명의 환아를 지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ㆍ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환아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지난해 10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환아 격려 행사에 참석해 “고인의 뜻이 우리 사회의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은 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병 대응을 위해 7000억 원을 기부했다. 이 중 5000억 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된다. 병원은 150병상 규모로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음압병상·수술실·생물안전 실험실 등을 갖춘 최첨단 시설로 조성된다.

나머지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연구 인프라 확충과 백신·치료제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의료기부는 사회 전반의 ‘기부 선순환’ 문화를 촉진했다. 이후 가수 이승기(20억 원), BTS 정국(10억 원) 등 유명 인사와 기업들의 기부가 이어지며 “KH 유산이 낳은 사회적 파급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주희영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유족의 의료기부를 계기로)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후원이 더 많이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5주기를 맞아 추모 음악회를 연다. 행사에는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해 4주기 음악회에는 유족과 삼성 사장단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으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빈 필하모닉,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무대를 꾸민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의 기일 하루 전인 24일에는 경기 수원 선영에서 5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별도 공식행사 없이 유족과 주요 사장단이 고인의 ‘신경영’ 철학과 업적을 되새길 예정이다. 추도식 후에는 이 회장과 사장단이 용인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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