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09조 대미투자 밝힌 기업들⋯트럼프와 ‘골프 외교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한국 재계 총수와 골프 회동을 진행했다. 한국 주요그룹 총수가 집단으로 미국의 대통령 및 정·관계 주요 인사와 골프를 친 것은 처음이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막판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이번 회동을 계기로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관세가 완화되는 ‘빅딜’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별장 골프장에서 한국·일본·대만 기업 관계자들과 골프 라운딩을 가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번 회동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이끄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초청으로 성사됐다.
산업계는 이번 회동이 ‘관세 완화–투자 확대’ 협상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화하면서 대미 투자와 고용 창출이 관세 감축의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부담액은 8조4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은 자동차 부품에는 25%,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제품에는 50%의 품목 관세를 각각 부과 중이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의약품 등 바이오 분야에까지 관세를 물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 총수들은 한국 기업이 지금까지 실행한 대미 직접 투자를 적극 홍보하면서 교착상태에 놓인 관세 협상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8월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현대차그룹이 260억 달러(약 36조 30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국내 기업은 밝힌 미국 투자 계획은 총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에 이른다.
삼성전자도 앞서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에 370억 달러(약 51조 70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등에 130억 달러(약 18조 1000억 원),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합작 공장 등에 200억 달러(약 28조 원) 투자를 각각 약속했다. 한화큐셀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며 미국 내 거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 주역인 한화는 미중 무역 전쟁 여파에 따른 투자 차질 우려와 해법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대상으로 거래 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총수들과 소통한 것은 향후 협상 구도를 ‘관세 완화 → 투자 확대’로 설정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단순 친교 행사라기보다 기업별 투자계획을 점검하는 성격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