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캄보디아 범죄자금 금융제재 착수·여야 모두 ‘재외국민 보호’ 총력 대응

일자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청년들이 국경을 건넜다. ‘월 500만 원 고수익’을 내세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따라 떠난 그곳은 일터가 아닌 감금과 폭력의 현장이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납치·살해 사건은 단순 범죄가 아니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과 제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현실이다.
저성장·고용절벽 속에서 청년들은 제도권 고용의 보호망을 잃었고, 불법 경제와 범죄의 경계선이 새로운 ‘노동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절박함이 국경을 넘어 흘러간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해외 범죄가 아니라 청년 실업이 만든 구조적 파열이라는 것이다.
19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1%로 전년 동기보다 0.7%포인트(p) 하락했다. 17개월 연속 내림세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의 최장 기록이다. 올해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신규채용은 총 546만7000개로, 2018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적었다. 현재 고용시장은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캄보디아 사태는 단순한 해외 범죄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 불안과 기회 단절이 맞물린 사회 구조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출 중심 성장모델이 개인 단위까지 확장되면서 관리 체계가 뒤따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정규직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청년들을 불법경제의 저임금 노동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악화하자 정부는 뒤늦게 범죄조직의 자금줄 차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르면 이달 중 캄보디아 범죄 배후로 지목된 프린스그룹·후이원그룹 등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정되면 금융위 사전 허가 없이는 금융·부동산·채권 등 자산 거래가 불가능해 사실상 자금 동결 조치가 내려진다. FIU는 이와 별도로 동남아 범죄자금 ‘코인 세탁’ 테마 점검을 실시하고, 의심거래보고(STR) 강화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DAXA)에 통보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자금의 역류 가능성을 차단하고, 국제공조를 통한 2차 제재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제재는 사후적 대응일 뿐, 이미 국경 밖에서 흘러가는 자금과 인력을 되돌리긴 어렵다”며 “국내에서 기회를 잃은 인력들이 결국 국경 밖의 회색경제로 흘러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치권도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 파견을 마치고 귀국한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은 이날 “정부 차원의 코리아데스크 설치와 한·캄보디아 합동수사TF 구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