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가 금융 설계" 파주시 ‘지역공공은행’ 구체화 시동

연구용역 발주…“입법 기다리지 않고 자체 모델부터 설계”

▲파주시가 국내 첫 '지역공공은행' 운영 구조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챗GPT)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인 금융 구조를 설계하는 첫 사례가 등장했다. 경기도 파주시가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자금을 지역 내에서 재투자하는 ‘지역공공은행’ 모델링에 공식 착수한 것이다. 단순한 정책금융 지원을 넘어 지자체가 직접 여신·운용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금융 실험에 나서면서 제도권 금융의 균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9일 금융권과 파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파주형 지역공공은행 추진모델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연구는 지역 내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공공 자금을 지역 내에서 순환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단순 정책금융 검토를 넘어 지방정부가 자금 흐름 자체를 설계하는 ‘지자체 주도 금융’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주시 관계자는 “(지역공공은행과 관련한) 특별법이 발의만 된 상태라 제정되기 전이라도 어떤 대안모델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려는 것”이라며 “입법만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파주형 모델을 먼저 설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 얼마나 서울로 빠져나가는지, 지역에서 얼마나 순환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공공은행이 추진된다면 그런 현황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지역공공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공공투자·서민금융 중심의 ‘사회적 은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해 설립·운영한다. 은행의 주요 의사결정은 시민사회와의 협치 구조로 이뤄지며, 투융자 대상·규모·금리를 공공 목적에 따라 조정한다. 대표 사례는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주립은행(BND)이다.

앞서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지역공공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지역공공은행을 은행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지자체가 최소 51% 이상 출자하는 구조를 골자로 한다. 다만 아직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파주시 연구는 ‘입법보다 행정이 먼저 움직인’ 첫 사례로 지역 금융 실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에서 “파주 경제와 시민의 삶을 지켜내는 적극행정을 추진하겠다”며 공공은행 설립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시는 올해 7월 공무원 대상 공공은행 구조 특강을 열고 내부 공감대 조성에 나선 데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구체적 운영 프로세스·재정 구조·조직 편제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향후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도 검토 중이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현재 지역금융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시중은행은 지역 수익을 본사로 이전하고,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도 수익성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또 “특별법이 통과되면 파주시는 지자체 출자를 기반으로 정식 은행 형태 설립이 가능하고,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여신 중심의 공공금융기구 형태로 먼저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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