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넘어 ‘초양극화’ 시대…“협치와 협업이 첫 단추” [공존의 붕괴, 양극화 시대 ⑤]

양극화는 더 이상 경제의 언어가 아니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삶의 간극이 벌어지며 불평등은 제도의 균열로 번지고 있다.
정치의 언어는 타협이 아닌 대립으로, 경제의 온도는 계층에 따라 극단으로 갈라졌다. 부와 일자리, 교육과 기회가 양극단으로 치닫자 중산층은 붕괴되고 청년 세대는 계층 이동의 희망을 잃었다. 공존의 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념보다 감정이 정치의 기준이 되고 사회는 협력 대신 불신으로 굳어갔다.
최근 방한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안에서도 최소한의 공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부의 집중이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극화는 이제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다. 성장과 신뢰, 민주주의의 토대를 동시에 흔드는 시대의 균열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본지는 그 균열의 원인을 진단하고 다시 공존의 질서를 세우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초양극화 심화…협치·협업이 해법
기업·정부 상생 경영 실천 절실
청년 고용·지역 균형으로 돌파구

(미드저니)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그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며 이제 ‘초양극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점진적인 성장을 보였던 산업 환경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의 도래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간 그리고 산업간 격차 역시 곱절로 벌어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 쏠림 등 또다른 문제까지 양산하고 있다.

초양극화 시대, 벌어진 격차를 다시 좁히기 위한 첫 단추는 바로 ‘협치’와 ‘협업’이다. 기업과 정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간 양보와 상생의 해법을 모색할 때 불균형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회장은 “현재는 AI와 로봇, 플랫폼이 결합하면서 성과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곱하기 경제’로 전환됐다”라며 “이 과정에서 초성과와 초격차가 생기고, 결국 소수 강자가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가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자발적인 상생 경영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업은 스스로 상생 경영과 성과 공유를 실천하고, ESG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이러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공정한 경쟁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의 책임을 국가와 기업에만 돌려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모두가 상생과 연대를 위한 적극적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연구 영역에서도 노사·정부·학교가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와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는 협력 사례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대응은 한계가 있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목표와 산업정책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밑단의 수많은 중소 가공·다운스트림 업체까지 포괄하는 ‘산업 생태계 살리기’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간 양극화는 자연스럽게 일자리와 지역 불균형을 낳았다. 윤 회장은 이러한 문제 역시 상생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인재·인프라 격차의 결과”라며 “세종시 국회 이전 같은 상징적 조치와 함께 지방 국립대 경쟁력 강화, 디지털·문화 인프라 확충 같은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임채운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특히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청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을 축적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다.

임 교수는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청년이 결혼하고, 출산해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소득과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산 축적 기회를 지닌 좋은 일자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며 “청년 고용자 노동을 의무화한 벨기에처럼 일정 비율의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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