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입률 통계조차 없는 주택연금⋯18년째 ‘깜깜이 운용’ [노후 버팀목, 주택연금 그늘 下]

가입률·해지율 등 핵심 통계 미비⋯제도 실효성 검증 한계
통계 관리 부재 속 정책 개선 지연·신뢰 저하 우려

주택연금이 고령층의 노후소득 공백을 메울 ‘금융 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제도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도입 이후 18년이 지났지만 가입률·해지율·소득보전 효과 등을 제대로 집계하지 않아 정책 실효성이나 개선 방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금공은 주택연금 가입률을 공식적으로 산출·관리하지 않고 있다. 가입 대상 가구(55세 이상·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 보유)를 특정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기초 데이터가 없는 셈이다.

다만 주금공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주택연금 가입률은 약 1.8% 수준으로 분석됐다. 전국 55세 이상·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주택 보유 가구 약 755만 가구 가운데 실제 주택연금에 가입한 건수는 13만6146건에 불과하다. 100가구 중 2가구도 이용하지 않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통계 미비가 정책 설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주택연금은 국가가 보증하는 장기 금융상품이지만 이용자 현황·해지율·평균 수령 기간 등 기초 지표가 누락돼 있다. 지급액 산정 구조나 재정 건전성, 제도 지속 가능성 등을 분석할 데이터가 부족해 정책 효율성 평가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정부도 제도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해 매번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 감시망의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 주택연금은 정책금융이자 복지성 제도로 분류돼 있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 소관 부처가 다르다. 관련 통계와 운영 정보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제도 전체의 위험도나 효과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정책 방향이 단기적 수요 충족에 머무는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

금융권은 이 같은 데이터 부재가 제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가입 구조나 수요 분포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아 지역별 접근성 분석이나 금융기관의 상품 개발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입률이나 해지율 등 기본 통계가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시장 참여 주체도, 정책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 부족은 단순히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운용의 경직성으로도 이어진다. 주금공은 주택연금의 담보가치, 연령, 지급방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지역별·자산별 차등을 위한 데이터 학습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예컨대 지방의 노후·저가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주택은 감정평가 기준이 모호해 실제 이용이 제한된다. 세부적인 수요 분석이나 지역별 특성 반영이 어려워 주택연금이 사실상 획일적인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양수 의원은 “주택연금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국가 복지정책과 맞닿은 제도”라며 “가입률·해지율 등 핵심 통계의 투명화를 통해 정책 신뢰를 높이고 지방과 저가주택 거주 고령자까지 포용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간 격차 해소와 맞춤형 지급 구조, 투명한 관리체계가 병행될 때 주택연금이 진정한 노후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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