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이석 두고 격앙된 大法…천대엽 “삼권분립은 초등교과서에 나온다” [국감]

曺 오전 정회 때 국감장 떠났지만…오후 종료 시 다시 나올 듯

천 대법관 “1987년 헌법 이래 일문일답 전례 없다”
약 1시간 30분 착석…曺, 인사말 후 침묵 끝에 이석
與‧野 고성 속 정책감사 실종…법사위 국감 난장판

이 광경을 지켜보는 법관들과 국민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나오는) 삼권 분립, 사법부 존중, 국회에 대한 존중이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는 말씀 드린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함께 출석, “(조 대법원장의) 이석 허가를 요청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법원의 이례적인 격앙된 어조에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일부 보이기도 했다.

▲ 천대엽(오른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왼쪽) 대법원장을 관례대로 인사말 후 이석시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천 처장이 조 대법원장 이석을 여러 차례 요구한 끝에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39분께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국감장을 떠났다. 조 대법원장은 오후 국정감사가 종료될 때 다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은 오전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정감사의 시작과 종료 시에 출석해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하였던 종전 관례에 따랐다”면서 관례대로 기관장으로서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천 처장 역시 “사실 오늘 조 대법원장이 출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으나 사법부와 모든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 삼권 분립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우리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선 예전부터 관행으로 이뤄졌던 국감에 대법원장이 인사말과 마무리 말씀을 하는 일은 지키자고 생각했다”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추 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은 채 의사 진행을 이어가면서 조 대법원장은 자리를 뜨지 못했고 여야 의원들 질의가 시작됐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시간 30분가량 국감장에 앉아 “한덕수 총리를 만난 적 있느냐”는 박균택 민주당 의원과 “윤석열과 만난 적이 있나. 무슨 얘기를 나눴나”라는 같은 당 서영교 의원 등의 추궁을 듣는 내내 침묵했다.

▲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관례대로 인사말 후 이석시키지 않고 참고인 신분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보다 못한 천 처장은 발언 기회를 얻자 “법사위원장과 말씀을 나눌 때 위원장이 종전에 관행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직전 관행이라는 것은 1987년 헌법 성립 이후 대법원장이 일문일답한 적이 없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독립투사이자 정치가였고 법전편찬위원장이었다”며 “여러 가지 지위에서 건국 초기 대표적인 지위를 겸직한 분으로 말한 것이지 재판 사항에 대해 일문일답을 한 적은 없다”고 부연했다.

또한 천 처장은 “직전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인사말과 마무리 말씀에서 여러 위원이 말한 종합적인 답변을 한 선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 피감기관장들 명패가 놓여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대법원장, 예상 깬 출석…국회 향해 작심발언

민주당 주도 ‘일반 증인’ 채택했으나
대법원장, 국감장서 증인 선서 안 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저에 대한 이번 국정감사의 증인 출석 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정감사법‧법원조직법 등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법사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조 대법원장의 국감장 증인 선서는 없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장에 직접 출석해 “삼권분립 체제를 가지고 있는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로서 재판의 독립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믿음과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예상을 깨고 국회를 향해 날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 이재명 정부 ‘사법 개혁’ 추진 방향.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

‘조 대법원장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을 추궁하려는 여당 의원들과 이를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부당한 공격이라고 따지는 야당 의원들 사이 격한 설전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날 대법원 국정감사에선 대법관 정원 확대 및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 등 사법 개혁을 중심으로 한 정책 감사는 실종되고 양당 의원 간 고성이 종일 오갔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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