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표 삼일PwC 파트너 “K-뷰티, 새 시장을 만든 장기 사이클” [딜 파트너②]

숫자가 만든 고밸류, 트렌드 아닌 구조적 성장
인디 브랜드 약진 속 글로벌 리테일 확장
화장품을 넘어 산업으로…장기 사이클 진입

[편집자주] 2025년 국내 자본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출발했다. 정세 안정에 대한 기대와 달리 대기업들은 사업 재편에 무게를 두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활력이 떨어졌고,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강화된 심사 기조에 막혀 활발하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유동성 위축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투자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이런 시기일수록 시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자문사의 역할과 통찰이 중요하다. 이에 본지는 [딜 파트너] 기획을 통해 국내 4대 회계법인의 파트너들을 차례로 만나 산업 별 현황과 향후 시장 전망을 들어보고, 자본시장 흐름을 진단한다.

▲홍성표 삼일회계법인 파트너가 22일 서울 용산구 삼일회계법인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K-뷰티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트렌드’를 넘어 ‘기준’으로 인식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디 브랜드의 약진과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이 인수합병(M&A) 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반면, 중국 소비 둔화와 원가 부담 등 구조적 리스크도 여전하다. 이러한 변동성 속에서 국내 화장품 시장의 가치평가와 거래 자문을 꾸준히 맡아온 홍성표 삼일PwC 파트너는 “K-뷰티는 단기 유행이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산업 자체를 재편해 가는 장기 성장 사이클의 중반부에 있다”고 진단했다.

홍 파트너는 국내 K뷰티 산업의 주요 거래를 직접 수행하며 가치평가 전문성을 인정받아온 현장 전문가다. 오랜 기간 화장품·소비재 영역에서 브랜드 가치평가와 M&A 자문을 맡으며 K뷰티 산업 구조와 밸류체인 전반을 분석해왔다. 라카코스메틱스(라카) 매각, 한국콜마 위탁생산(CMO) 사업부 및 콜마파마 지분 매각, 한국콜마·연우 인수 자문 등 다수의 딜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구다이글로벌·서린컴퍼니 등 인디 브랜드의 성장 전략과 거래 구조 자문에 참여했다. 홍 파트너는 “국내 뷰티 산업은 제조, 브랜드, 유통이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라며 “제품력뿐 아니라 기획과 마케팅, 글로벌 유통전략, 이 세 축이 기업 가치평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홍성표 삼일회계법인 파트너가 22일 서울 용산구 삼일회계법인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숫자’가 밸류를 밀어 올리는 구조…IPO 드라이브 본격화

홍 파트너는 K뷰티 산업의 성장 동력을 ‘숫자’에서 찾고 있다며 최근 시장의 중심에 놓인 구다이글로벌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브랜드별 매출액이 3000억~4000억 원을 기본으로 하고, 그런 브랜드들이 여러 개 있다”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30%대, 서린컴퍼니 등 일부 브랜드는 40% 중후반까지도 기록한다”고 말했다. 제조 설비를 직접 보유하지 않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연구·개발·생산(ODM) 구조 덕분에 감가상각 부담이 적고,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간 괴리가 작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러한 실적이 밸류에이션(가치)을 뒷받침한다”며 “투자자들은 숫자가 안 나오면 안 보고, 스토리만으로는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구다이글로벌이 상장에 나설 경우 10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환사채(CB) 구조를 활용해 대형 인수 자금과 과거 거래 정리를 병행한 점도 향후 기업공개(IPO) 추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라카를 둘러싼 ‘단기 매각’ 프레임도 바로 잡았다. 홍 파트너는 “단기 매각이 아닌 계열 분리형 거래 구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과거 티르티르 기존 주주가 거래 대금 일부를 라카 지분으로 수령하는 형태로 정리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K뷰티 네트워크는 인디 브랜드들의 성장 과정에서 콜마-연우 등 제조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산업 내 거래 저변을 넓히고 가치사슬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행이 아닌 구조적 성장…오프라인 확장은 이제 시작

홍 파트너는 K뷰티가 기존 시장을 대체한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산업이라고 봤다. 그는 “마스크팩은 글로벌 메가 브랜드 포트폴리오에 없던 제품군을 새로 만들어냈고, 선크림은 고가 위주였던 시장을 중저가 가격대로 확장해 젊은 세대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선크림은 ‘최고의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효과’로 강조돼왔는데도 높은 가격대로 대중화가 막혀있던 시장이었는데 이를 가성비로 재편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통해 형성된 구조적 성장이라는 진단이다.

품질과 가격 간의 균형을 제시하자 수요기반은 10·20대까지 열렸다. 다음 단계는 오프라인으로 제시했다. 온라인 중심의 성장에서 오프라인 채널로 옮겨타며 반품 등 소비자들의 구매 저항을 낮추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그는 “K-뷰티는 온라인 중심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침투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며 “글로벌 화장품 매출의 약 80%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현실에서 북미·유럽 주요 리테일(소매) 매장 내 ‘K-뷰티 섹션’이 빠르게 늘고 있는 현상은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가격 경쟁국인 중국과 관련해서는 심리의 경제학을 짚었다. 그는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신뢰재로, 단순 가격 경쟁만으로 시장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는 몇 만 원의 가격 차이보다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을 선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를 들어 2만 원대의 한국 선크림과 1만 원대 중국산 선크림의 가격차는 트러블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의 가격 차이가 아니다”라며 “중국 기업이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더라도 브랜드 신뢰와 콘텐츠 결합력, 가격대 설정을 종합하면 단기간 내 K-뷰티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성표 삼일회계법인 파트너가 22일 서울 용산구 삼일회계법인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산업의 중심은 기획과 마케팅 역량…“아직 중반부”

최근 인디 브랜드 매각이 활발한 이유를 두고 “단기 현금화가 아니라 성장 승계형 M&A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창업자 대부분은 지분 일부를 남기거나 브랜드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를 선택한다”며 “이는 단기 차익성 ‘고점 털기’가 아닌 장기 파트너십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네트워크 또는 오프라인 구매력을 가진 투자자에게 넘겨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승계형 M&A로 본다”고 했다.

재고 증가를 판매 적체로 보는 시장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매출 급증에 따른 안전재고 확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인디 브랜드는 온라인 대시보드로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해 가격, 프로모션(할인) 등으로 수요와 공급을 즉각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다이 글로벌의 경우도 매출이 워낙 빠르게 커져서 재고가 따라붙은 케이스라는 평가다. 다만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재고가 급증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팝과 K드라마가 만든 바람은 이미 뷰티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목록을 바꿨다. 이제 K뷰티는 그 바람을 현금흐름과 기업가치로 새로 쓰고 있다. 홍 파트너는 “K-콘텐츠로 형성된 글로벌 관심이 K-뷰티 소비로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 전체가 한 단계 도약했다”며 “이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산업의 고도화 과정으로, 현재는 사이클의 중반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디 뷰티 브랜드의 경쟁력은 기획력과 마케팅 역량에서 비롯된다”며 “같은 성분이라도 누가 더 우수한 스토리를 설계하고, 채널을 더 영리하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수명과 M&A 프리미엄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