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 "여성, 임원 되기 어렵다"…이유는 '남성 중심 조직문화'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직장인 10명 중 7명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기업 임원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7월 1~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승진 차별·남성 중심문화 및 직장 내 성차별 조직문화지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p)다.

조사 결과, 직장인 69.8%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기업 임원이 되기 쉽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는 80.3%로, 남성(60.3%)보다 20%p 높았다.

여성이 임원이 되기 어려운 이유로는 '남성 중심 조직문화와 남성 승진을 선호하는 관행'(36.5%)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임신·출산·육아 부담에 따른 여성 승진 후보자 부족'(31.2%), '여성의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편견'(22.2%), '여성이 책임 가중·업무량 증가로 승진 기피'(9.5%) 순이었다.

특히 여성이 책임이나 업무 부담 때문에 승진을 기피한다는 항목에서는 성별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 응답자는 14.8%로, 여성(5%)의 세 배에 달했다.

단체는 직장 내 성차별 실태를 평가하기 위해 20개 문항을 기반으로 산출한 '성차별 조직문화지수'를 공개했다. 지수는 100점 만점에 67.4점으로, 등급 기준상 D등급 수준에 그쳤다.

이 지수는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차별 상황에 대해 응답자들이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점수로 환산한 것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성차별적 조직문화가 강하다는 의미다.

직장인들이 가장 낮은 점수를 준 항목은 '주요 직책'이었다.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보직에 특정 성별이 과도하게 많다'는 문항에 대한 평균 점수는 56.4점으로 나타났다.

이어 '모성'과 '노동조건'도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차이가 있다'는 항목이 각각 58.6점과 59.3점을 받았다.

이밖에도 '승진'(59.4점), '채용'(59.5점) 등 항목도 모두 50점대에 머물러 F등급으로 평가됐다.

고용형태별 격차도 컸다. 여성 비정규직의 모성 항목 점수는 48.6점으로, 남성 정규직과의 차이가 16.5점에 달했다.

여수진 노무사는 "성차별 문화가 제도와 시스템으로 고착됐음에도 고용노동부가 여성고용정책과를 폐지하는 등 정책 방향이 역행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정부가 먼저 구조적 성차별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