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 지역도 승자독식…韓 경제 '우로보로스 딜레마'[공존의 붕괴, 양극화 시대②]

대기업 R&D 투자 비중 매년 증가
중기 94% “AI 활용 안해”
수도권 재정자립도는 최고…지방은 세수 가뭄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 자금 확보해 뿌리 산업 지원을”

양극화는 더 이상 경제의 언어가 아니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삶의 간극이 벌어지며 불평등은 제도의 균열로 번지고 있다.
정치의 언어는 타협이 아닌 대립으로, 경제의 온도는 계층에 따라 극단으로 갈라졌다. 부와 일자리, 교육과 기회가 양극단으로 치닫자 중산층은 붕괴되고 청년 세대는 계층 이동의 희망을 잃었다. 공존의 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념보다 감정이 정치의 기준이 되고 사회는 협력 대신 불신으로 굳어갔다.
최근 방한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안에서도 최소한의 공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부의 집중이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극화는 이제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다. 성장과 신뢰, 민주주의의 토대를 동시에 흔드는 시대의 균열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본지는 그 균열의 원인을 진단하고 다시 공존의 질서를 세우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제철소 선재공장. (포스코)

"미국발(發) 관세 태풍과 고환율 여파 속에서 한국 산업의 체력은 급격히 약해진 상태입니다. 대기업은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은 확연히 다릅니다. 인공지능(AI) 인재 확보는 물론 서울 근무를 원하는 고급 인력을 지방 공장으로 데려오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죠. 자금 신청 절차 간소화와 정부 보증 확대가 절실합니다. 적기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기가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예요." (A중견기업 고위 임원)

한국 경제가 저성장 속 양극화가 심화하며 또다시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우로보로스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우로보로스는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으로, 우로보로스 딜레마는 무한하게 반복되는 자기순환 구조에서 발생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첨단산업과 전통 제조업간 격차에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지역 양극화까지 맞물려 나타나는 상황에서 양극화를 끊어야 저성장 고착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국 기업의 R&D 투자는 사상 최대인 83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5.3% 증가했다. 대기업의 R&D 투자액은 68조6000억 원으로 전체 82.1%를 차지했다. 전체 R&D 투자비 중 대기업 비중은 △2018년 78.6% △2021년 79.5% △2023년 80.5%로 매년 증가세다.

▲2024년 R&D 투자액 상위 5대 기업 목록 (그래픽)

연구개발 투자비 상위권은 반도체와 자동차였다. 1위는 삼성전자로, 삼성전자 한 곳에서만 30조 2000억 원을 투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R&D 투자만 전체 30%를 웃돈다. 현대자동차(4조 3059억 원) , LG전자(3조 4058억 원), 기아(3조 2766억 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반도체와 자동차가 R&D에 속도를 내는 동안,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 경기 침체, 미국 관세 여파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철강 부문 R&D 투자액은 8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27억 원)의 절반도 채 안 된다. 현대제철의 R&D 투자액 역시 지난해 1분기(889억 원) 대비 41.9% 줄어든 516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올해 상반기 R&D 비용은 1조7536억 원으로 전년(1조7607억 원) 보다 줄었다.

인공지능(AI) 응용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난다. AI 활용은 중소기업에겐 먼 얘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4년 300개 중기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94%가 AI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14.9%는 AI가 경영에 어떻게 도움 될지 모르겠다고 했고, AI 도입과 유지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도 4.4%였다. 매출 상위 100대 기업 38%가 생성형 AI를 활용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중소기업들은 AI 인재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원 이상 학위를 소지한 AI 전문가와 데이터 엔지니어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대비 급여 수준이 낮아 소위 '탑티어' AI 인재가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 격차는 결국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차이로 연결된다.

산업별 온도차는 지역 격차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과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기아 화성공장, LG전자 등 수도권 최대 규모의 산업 클러스터가 있는 경기도 화성시는 재정자립도 전국 1위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국민소득 3배를 웃돈다. 반면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에 의존하는 전남 여수와 광양, 경북 포항은 인구 이탈과 세수 절벽에 직면했다. 지난해 여수시 법인 지방소득세는 551억 원으로 전년(1654억 원) 대비 67% 급감했다. 포항시는 6월 인구 50만 명 선이 붕괴했다. 철강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포항시 청년 인구(19~34세)는 전체 15.83%까지 떨어졌다.

김영규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전 한국전략경영학회장)는 "한국 산업의 양극화는 산업 구조 전환기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중국 등 신흥국과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제조업 전반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반면 반도체·AI·첨단소재 등 일부 분야는 기술격차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며 한정된 자원이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집중이 심화하면 첨단-전통산업, 그리고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고용 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부의 양극화와 중산층 몰락이 서민 보수층 극우 성향 증폭으로 이어진 미국 선례를 반면 교사 삼아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미 한국 정부는 과거 공적자금을 투입해 쓰러져가던 조선업을 살린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잘 살려 철강 등 뿌리 산업에도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장기 계획을 세워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하고 전략산업 중심의 재투자, 서비스업 확대를 통한 고용 흡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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