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상엔 임금 구조와 기술 변화 등을 분석한 캐츠 거론
문학상에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등 꼽혀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인 노벨상 수상자가 6일(현지시간)부터 발표된다. 세계 평화 중재자를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또 ‘노벨상 족집게’라 불리는 글로벌 학술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가 중국 석학을 화학상 후보로 예측하면서 중국 본토에서 2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ㆍ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올해 노벨상 발표는 이날부터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을 거쳐 13일 경제학상으로 막을 내린다.
이 상은 스웨덴의 부유한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이 1895년 제정했으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며 인류 공동체의 문명 발달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매년 수여된다. 상금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120만 달러ㆍ17억 원)이다.
노벨상 부문별로 시상 주체를 보면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물리학·화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 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각각 선정한다. 평화상의 경우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시상한다.
특히 올해는 ‘트럼피즘’ 시대가 다시 도래한 뒤 이뤄지는 첫 노벨상 시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관세 전쟁’으로 기존 자유주의 무역체제를 뒤흔들었고, 글로벌 협력, 기후변화 위기 등에 대한 노력의 가치를 부정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면서 공격적인 홍보 및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도 자신이 집권 2기 들어 전 세계에서 7개의 분쟁 종식을 중재한 점을 부각하며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내가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나에게 진정한 상은 수백만 명이 끝없이 이어지는 영광 없는 전쟁에서 더는 죽지 않고, 아들과 딸들이 살아남아 부모와 함께 자라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마음을 쓰는 것은 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수상은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취임 전 즉각적 종전을 공언했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의 일바 엥스트룀 부원장은 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 펼치고 있는 과학 및 교육 정책이 학문의 자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탄소 저감을 위한 각국의 노력과 기후변화에 대해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도 수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5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는 94개 단체를 포함해 총 338명의 후보가 1월 30일까지로 접수가 마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홍콩 활동가 저우항퉁, 캐나다 인권변호사 어윈 코틀러 등이 후보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노벨상 심사는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기 때문에 세계 과학기술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상자를 예측해왔다. 이중 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는 국제 학술 데이터베이스 ‘웹 오브 사이언스’를 분석해 매년 과학 부문 노벨상 유력 후보를 예상해 발표한다.
클래리베이트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후보로 선정한 465명 중 83명이 실제 노벨상을 받았다. 클래리베이트는 지난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노벨화학상 수상 예측에도 성공했다.
클래리베이트 올해는 노벨상 수상 예상자 22명을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연구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한국인 후보자는 없었다. 특히 한국은 2021년 고(故) 이호왕 고려대 교수를 마지막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클래리베이트의 예측자를 보면 생리의학상 후보로는 미국의 즈지안 첸·글렌 바버, 스위스의 안드레아 아블라서가 물망에 올랐다. 이들은 바이러스 침입 시 방어기제인 ‘cGAS-STING 경로’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공로를 세웠다. 캐나다의 존 딕 역시 후보로 그에게는 백혈병 줄기세포를 식별, 치료 실패와 질병 재발과의 관련성을 확립한 업적이 있다.
일본의 겐지 간가와·마사야수 고지마는 식욕 및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을 발견한 공로로 수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리학상의 경우 ‘웨이블릿 이론’을 발전시킨 미국의 잉그리드 도베시스와 프랑스의 스테판 말라·이브 메이어의 수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웨이블릿 이론은 고해상도 위성영상 품질 향상에 효과적인 수학적 도구로 알려졌다.
또 독일의 다비드 디빈센조와 스위스의 다니엘 로스가 양자 컴퓨팅을 위한 모델을 제안한 공로로, 네덜란드의 에윈 판 디쇼크는 성간 분자 구름의 역할을 밝힌 업적으로 각각 물리학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화학상 후보로는 미국의 클리포드 브랭윈과 마이클 로젠, 독일의 안소니 하이만이 물망에 오른다. 이들은 세포 내 생화학적 조직화에서 분리된 생체분자 응축제의 역할에 관한 발견을 한 점이 공로로 평가된다.
아울러 에너지 저장 및 변환 기술의 진보에 이바지한 프랑스의 장-마리 타라스콩, 단일 원자 촉매 개발 등에 기여한 중국의 장타오도 수상 가능성이 관측된다.
특히 클래리베이트 후보에 중국 과학자가 꼽힌 건 처음임에 따라 눈에 띈다. 장 교수가 노벨상을 받을 경우 2015년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에 이어 중국 본토 과학자로선 두 번째가 될 전망이다. 또한 첫 중국인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클래리베이트는 “중국 본토 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자가 처음 선정된 것은 최근 중국 과학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유럽화학출판협회의 인터넷 매체 '케미스트리 뷰'는 지난달 26일까지 진행한 전문가 투표를 통해 당 분야 과학에 혁신을 가져온 웡치훼이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가 65표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금속유기골격체(MOF) 선구자인 오마르 파하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오마르 야기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교수 등도 각각 37표, 33표를 받아 화학 분야 후보군으로 꼽혔다. 국내 연구자 중에는 태양전지 석학인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와 나노입자 합성 석학인 현택환 서울대 교수가 각각 10표씩 받았다.
노벨 문학상에선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멕시코 소설가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등이 수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제학상의 경우 임금 구조와 기술 변화 등을 분석한 데이비드 어터와 로런스 캐츠, 심리·문화에 따른 인종차별과 기업 지배구조 등을 연구한 마리안 버트랜드와 센드힐 물라이나탄,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니컬러스 블룸 등 미국 학자들이 후보 명단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