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검사 무책임법, 진짜 검찰 개혁 맞나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걸요?”, “제가요?”, “왜요?”

직장 후배들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듣게 되는 소위 ‘3요’라고 한다. 요즘 기성세대들은 끼리끼리 모여 하소연을 주고받는다. ‘까라면 까던’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꼰대라면 나라 걱정에 한숨까지 쉬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평생 몸과 영혼을 갈아 넣어 일해 봐야 집 한 채 마련하고 살 수 있을까 싶다. 딱 봐도 반드시 필요한 일 같지 않고 나한테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빨리 집에 가서 넷플릭스로 드라마 정주행이나 하는 게 남는 일 같다.

그간 검찰 개혁 논의는 정치권에서 핫한 주제였지만 최근만큼 뜨거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엔드게임이다. 검찰청 간판도 떼버리고 검사가 수사 시작을 못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보완 수사도 금지한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나 이제 경찰에 권한이 집중될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수사기관을 만들어서 경찰청‧중수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서로 경쟁하게 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야말로 견제와 균형이 잡힌 이상적인 상황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간 지속된 국가 시스템을 순식간에 바꿔도 아무런 문제없다는 그 확신이 놀랍다. 한강의 기적을 실현했고 K-문화를 확산했던 놀라운 대한민국이라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수사기관에서 일하는 경찰이나 검사가 수사를 ‘권한’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경쟁’할 거라고 생각하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 일상 속 경찰과 검사에게 ‘수사’는 직업으로서의 일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갑자기 일이 늘어난 일선 경찰은 검찰에서 보내온 보완수사 요구 기록을 보면 짜증만 난다.

지가 하면 되는 걸 왜 다시 보내? 요즘 검사라는 것들은 일도 안 하고 논다고 생각하니 화를 참기 어렵다. 일선 경찰서의 수사부서 탈출은 지능 순이라더니 미제를 놔두고 도망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빽이라도 써서 탈출하고 싶다.

검사는 다른가. 부장 검사가 부원의 기록을 검토하다 보니 과거 자신의 수사 경험상 너무 뻔한 범죄를 확인도 안 해보고 처리하려는 것 같다. 주임 검사를 불러 전화 통화만 몇 군데 해봐도 여죄를 밝힐 수 있을 것 같으니 보완 수사를 해보라고 말하자 주임 검사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환청처럼 들린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임 검사가 결재를 올리기에 확인해 보니 직접 보완 수사가 아니라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겠다는 내용이다. 부장 검사는 또 다시 경찰서와 검찰청 사이에서 기록이 ‘핑퐁’될 것을 생각하니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마당에 후배들 탓만 할 수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수사가 ‘권한’인양 경찰과 검사들이 서로 수사를 자기가 하겠다고 싸우는 것 같다. 그러나 직업인으로서 실제 현장의 경찰과 검사들은 어떻게든 자기 일을 줄이려고,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잘(?) 만들어진 ‘사건 처리’라는 옷을 입혀 서로 핑퐁하고 있다.

지금도 사명감을 갖고 밤을 새서라도 범인을 잡고 무고한 피의자의 누명을 벗기겠다며 증거를 찾는 경찰·검사·수사관이 왜 없겠느냐 만은 그래봤자 출세는커녕 욕만 먹는 현실 앞에 하나둘씩 수사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밀물이 들어온 사기꾼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피해자들은 고소장을 내더라도 내 사건이 언제 처리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고소장만 내면 국가에서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 믿었는데…. 돈도 벌어서 생활해야 하는 피해자들은 없는 돈을 쪼개어 변호사를 사볼까 고민하다가 대한법률구조공단 문 앞을 서성이기만 한다. 그 사이 사건은 불송치 결정이 났다고 연락이 왔다.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사실 사석에서 많은 검사들로부터 차라리 이번 기회에 보완 수사도 못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경찰 사건 기록 보고 부족하다 싶으면 계속 돌려보내면 된다. 어쩌다 기소하더라도 재판 중 새로운 증거가 나와 무죄가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책임질 일은 없을 것 같다. 경찰 기록 믿었는데, 법정에선 다른 소리 하니 검사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이번에는 정말로 경찰과 검사·수사관을 국민의 봉사자들로 만들 수 있을까? 일은 줄어들고 책임질 일은 없어지는 ‘검사 무책임법’. 진짜 검찰 개혁일까? 로스쿨생들에게 어떻게 제도를 설명할까 고민이 된다.

<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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