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반도체 해외 제품 대신 자립
K-반도체, 장비-패키징 등 협력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패권을 두고, 반도체 기술 경쟁이 국제전 양상으로 번지는 만큼 기업들은 생존 공식을 ‘연대’에서 찾는 모양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엔비디아는 최근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해 인텔의 지분 4% 이상을 확보했다. 단순한 재무 투자가 아닌 공동 개발을 예고하면서 양사 간 장기적 협력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협력으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네트워킹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칩을 여러 세대에 걸쳐 공동 개발한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인텔은 엔비디아 맞춤형 x86 CPU를 제작하고, 엔비디아는 이를 자사 AI 인프라 플랫폼에 통합해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개인용 컴퓨팅 분야에서는 인텔이 엔비디아 RTX GPU 칩렛을 통합한 x86 시스템 온 칩(SOC)을 제작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은 발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중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정부는 최근 위기를 맞은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하며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인텔 연합은 AI 반도체 생태계를 재편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도 자국 기업들 간 협력을 통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인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최근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등 대형 IT 기업들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신형 제품인 ‘RTX 프로 6000D’의 시험과 주문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RTX6000D는 중국향 AI 칩인 H20의 수출 제한 이후 엔비디아가 별도로 개발한 칩이다. 중국이 해외 기업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 창신메모리는 최근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 샘플을 화웨이에 공급하고, 양산을 위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활발히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SK하이닉스와 LG이노텍의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기술 교류 역시 반도체 패키징 고도화를 위한 협력의 일환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등 국내 장비 업체들과도 협력 범위를 넓히며 장비 국산화에 힘을 싣고 있다. 메모리 경쟁력을 지탱할 생태계를 국내 기업들과 함께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 함께 6세대 HBM인 HBM4를 개발 단계부터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던 이스라엘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발렌스와 차세대 차량용 칩 개발과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7월에는 미국 테슬라로부터 22조8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파운드리 수주를 따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차세대 차랑용 칩 ‘AI6’를 텍사스 공장에서 첨단 2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첨단 공정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