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기술 교류회 열어
양사 차세대 반도체 기판 협업 땐
공급망 안정-다변화 시너지 기대

메모리 강자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기판 후발주자 LG이노텍이 기술 교류에 나섰다.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릴 경우 국내 반도체 공급망에 새로운 구도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만남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라는 반도체 패키징 핵심 부품을 둘러싼 협력 움직임의 일환으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연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두 회사는 최근 서울 강서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술 교류회를 열었다. SK하이닉스에서는 패키징 설계 조직인 D&E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자리는 LG이노텍이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양사가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자리였다”며 “단순한 교류를 넘어 협력 접점을 찾으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고대역폭 메모리(HBM)에는 고성능 패키징을 가능케 하는 기판이 필수다. 그중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기판을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일종의 ‘멀티탭’ 역할을 한다. 성능이 높아질수록 미세 회로 집적도와 신뢰성이 중요해지지만, 기술 장벽이 높아 글로벌 공급업체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LG이노텍은 2022년 뒤늦게 뛰어들어 지난해 2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통신용 반도체 기판에서 세계 1위를 지켜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일본·대만 기업들로부터 FC-BGA를 조달하고 있어 삼성전기나 LG이노텍과는 거래가 없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과 수요 급증을 고려할 때, 국내 업체와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4월 구미 ‘드림팩토리’를 공개하며 “2030년까지 FC-BGA를 조 단위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기판 소재 사업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3년 매출은 1조3221억 원(6.4%), 2024년 1조4600억 원(6.9%)에 이어, 2025년 상반기에는 7931억 원(8.9%)을 기록했다. 카메라 모듈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FC-BGA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이끌 차세대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LG이노텍은 초미세회로·고다층 정합·코어리스(Coreless) 등 50년간 축적한 기술을 FC-BGA에도 적용 중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코퍼 포스트’ 기술은 기판 위에 구리 기둥을 세우고 솔더볼을 얹어 회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대비 배치 효율을 크게 높인다. 이를 통해 기판 크기를 최대 20% 줄여 반도체 소형화와 고집적화를 가능케 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수요가 다변화되는 만큼, 메모리 기업들이 가능한 많은 기판 업체와 교류하는 것이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