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기준 50억→10억→50억…한달 반만 선회
李대통령 지적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인하할 듯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주주 기준을 강화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번복하고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고배당 유도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인하 개편도 유력해졌다. 정책 신뢰도 저하 및 세수감 리스크를 안고도 '코스피 5000' 목표 달성을 위한 증시 부양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함께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 입장 등을 종합 고려해 50억 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7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양도세 대주주 기준 관련 과세 정상화와 자본시장 활성화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자본시장 활성화와 생산적 금융을 통해 기업과 국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기재부는 7월 말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통해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종목당 50억 원으로 완화한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당초 기대했던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맴돌고 부자감세 논란만 키웠다는 취지였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가세하면서 결국 정부가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안을 한 달 반 만에 철회한 것이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 원 유지로 인한 세수감은 2000~3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고세율 논란이 제기된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수술대에 다시 오른다. 현재 금융소득(배당·이자)은 연간 2000만 원까지 지방세(1.4%)를 제외한 세율 14%가 부과되지만 이를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전환돼 최고 45%(지방세 포함 시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기재부는 세제개편안에서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25% 이상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 증가 상장법인을 고배당 기업으로 보고 이 조건을 만족하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지방세 포함 38.5%·배당소득 3억 원 초과 시)로 낮추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배당소득 2000만 원 이하 14%, 2000만 원~3억 원 20% 등이다.
정부가 당시 최고세율을 35%로 설정한 배경은 '배당 촉진'이라는 정책 목표에 앞서 대주주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기재부가 추산한 관련 세수감은 연간 20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안에 담긴 분리과세 최고세율이 지방세를 포함하면 이중과세 보완을 위한 배당소득 세액공제를 고려한 실효세율(42.85%)과 격차가 5%포인트(p) 미만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굳이 배당성향을 높일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정부안이 현행 대주주 양도세율(지방세 포함 시 27.5%)보다도 10%p 이상 높기 때문에 배당보다 현금을 회사에 유보한 뒤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 회수가 세무상 이득이라는 업계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관련 세제가 실질적인 배당 촉진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최고세율을 25%로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유지, 배당소득 분리과세 재검토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자본시장이 이에 즉각 반응하며 코스피는 이날 3400선을 첫 돌파했다. 정부 세제개편안 관련 내용은 국회 논의를 거쳐 연내 확정된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첫 세제개편안의 굵직한 내용들이 여론에 따라 단기간에 뒤집히면서 정책 신뢰도 흠집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기재부가 이를 전제로 추계한 세수 전망도 상당 폭의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경제 정책이 이익집단이나 정치에 휘둘리면 정책 신뢰도가 낮아지고 관련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 정책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탈한국, 시장 침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