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는 ‘성장 베팅’ ETF로…美 이은 먹거리는 中”[ETF 230조 시대 리더를 만나다②]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
“美 우상향 목격한 韓, 장기투자 성숙기 진입”
“中, 변동장 인식 벗고 ‘AI 핵심 투자처’ 부상”
“글로벌 역량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차별화”

이투데이는 ETF 230조 원 시대를 연 주역들, 국내 10대 자산운용사 ETF 전문가들을 릴레이 인터뷰로 만나본다. 이들이 일찍이 ETF 잠재력을 발견한 배경과 지금까지 쌓아온 철학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놓은 차별화 전략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 투자자들의 ETF 선택과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운용 리더들의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테마도 다 같은 테마가 아닙니다.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영역에 투자하는 테마 상장지수펀드(ETF)는 장기 투자와 노후 대비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상무는 1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단기투자가 지배적인 국내 증시 특성상 ETF 시장 초기에도 단타가 잦았지만, S&P500 등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ETF의 우상향을 목격한 투자자들이 ETF를 장기 투자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이 장기 투자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이 상무 판단에는 약 15년간 ‘ETF업’에 종사한 경험이 녹아있다. 이 상무는 2009년 한화자산운용에 입사한 이후 2년 차가 됐을 무렵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찾아가 ‘글로벌 ETF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전체 ETF 순자산 규모가 6조 원에 그치며 시장 관심을 받지 못하던 때였다.

당시 자산운용업계는 공모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전략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상무는 해외 자산으로 투자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액티브보다 위험성이 덜해 투자자들이 한층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패시브 상품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에 ETF라는 ‘그릇’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이르렀다.

글로벌 ETF를 향한 초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해외 주식형 ETF를 운용을 진두지휘하고 나스닥거래소와 협업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인공지능(AI) 기업을 모은 ‘ASOX 지수’ 공동 개발을 주도했다. 이 상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모두가 코스피200을 바라볼 때 나스닥100 ETF를 출시한 곳”이라며 “글로벌 투자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AI가 당분간 글로벌 투자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로서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AI 핵심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대목이다. 그는 “정부의 AI 육성 전략 아래 딥시크부터 캠브리콘까지 중국 AI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중국은 변동성이 심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정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오히려 예상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저렴한 데다 최근 중국 예금 금리가 1%대를 기록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현금을 증시에 넣고 있다”며 “미국 투자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 투자 비중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도 30%는 안전자산, 나머지 70% 중 50%는 미국, 20%는 중국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운용은 ‘TIGER 차이나AI소프트웨어’ 등을 비롯해 올해에만 중국 관련 ETF 4개를 출시했다.

이 상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발한 ETF에 남다른 리서치 역량이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믿음으로 투자를 고려하는 상장사가 둥지를 튼 국내외 현장을 직접 살펴본다. 그는 “사내 4개 ETF운용본부가 각자가 맡은 분야의 리서치를 책임지고 담당하는 구조”라며 “글로벌 ETF의 경우 중국, 인도 등 현지 출장을 통한 분석을 필수로 하고 있으며 기업 탐방은 물론 도소매 시장 조사까지 포괄한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가상자산 현물 ETF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상무는 가상자산 현물 ETF 제도화로 국내 ETF 시장이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글로벌엑스(Global X) 등 해외법인을 통해 제도권에 편입된 해외 가상자산 현물 ETF를 분석해 국내 출시에 대비하고 있다”며 “국내외 법인이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어 가상자산 현물 ETF 운용 역량도 차별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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