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좇는 상품은 해롭다…투자는 지루해야 성공한다” [ETF 230조 시대 리더를 만나다①-2]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상무(ETF운용본부장 ) (사진제공 = 삼성자산운용)

KODEX, 20여 년 시장 1위 굳건
상품 220개ㆍ순자산 89조원 달해
AI 관련 상품 수익률 높아 인기
투자는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
코스피 5000에 “가능성은 있다”

“시장 유행만 좇는 상품은 투자자에게 해롭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운용본부장은 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단기 흥행은 가능해도 곧 투자자들이 고통을 겪는다”며 “상장 직후 덜 팔리더라도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에 꼭 필요한 상품, 고객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경영학과 경제학 수업을 함께 들은 그는 금융을 또 다른 지혜의 탐구로 본다. 철학(philosophy)의 어원인 philo(사랑)와 sophia(지혜)에서 착안해 개인 이메일 주소를 ‘philo finance(필로 파이낸스)’로 만들었다. ‘금융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그는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를 빗대어 “금융도 끊임없이 점검과 회의가 필요하다”며 “ETF는 지수를 그대로 구현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고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2002년 국내 첫 ETF를 선보인 삼성자산운용은 20여 년간 시장 1위를 지켜왔다. KODEX는 현재 순자산 89조 405억 원(9월 2일 기준), 220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이 거대한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이 바로 임 본부장이다. 그는 첫 직장에서 채권 운용을 맡았고 이후 2013년 삼성자산운용에 합류한 뒤 줄곧 ETF만 담당해왔다. 당시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조 원에도 못 미쳤고 KODEX 순자산은 10조 원 미만에 불과했다. 현재 KODEX는 순자산 89조 원대로 몸집을 불렸다. 그는 “펀드는 종목이 공개되지 않거나 매니저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추천하기 어렵다”며 “ETF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고 누구나 앱으로 매수할 수 있어 훨씬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맛집 캠페인’을 앞세워 고객에 접근성을 높였다. 배당 맛집, 국장 맛집, 인공지능(AI) 맛집 등 상황별로 어떤 ETF를 활용할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하는 방식이다. 임 본부장은 “단순 판매를 노린 게 아니라 수백 개 상품 중 투자자가 실제로 궁금해하는 지점을 풀어주려는 시도”라고 했다. 투자자 교육에도 공을 들였다. 업계 최초로 증여·월배당 가이드북을 내고 연금ㆍ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ㆍ퇴직연금 가이드북까지 확장했다. 연간 수백 회에 달하는 온ㆍ오프라인 세미나를 열며 투자자와 직접 소통해온 결과 “ETF는 판매사가 없는 구조라 운용사가 직접 알려줘야 한다”는 원칙이 뚜렷해졌다.

임 본부장은 ETF 시장 전망과 관련해 “AI는 반도체에서 시작해 전력과 소프트웨어, 나아가 휴머노이드로 확장되는 장기 성장 사이클을 갖고 있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ETF는 순자산 9061억 원, 국내 상장 KODEX AI전력핵심설비 ETF는 4264억 원으로 커졌다. 최근 1년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컴형 ETF(배당·이자 등 정기 현금흐름을 지급하는 상품)도 언급했다. 그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수요가 꾸준하다”며 “고배당 ETF, 커버드콜 ETF 등은 배당·이자·프리미엄을 정기적으로 분배하는 구조로 예금 금리가 꺾인 뒤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코스피 5000’ 비전에 대해 그는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시장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뒷받침할 수급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로 빠져나간 개인 자금만 돌아와도 증시는 달라질 수 있다”며 퇴직연금 계좌의 국내주식 역차별 구조를 대표적 걸림돌로 꼽았다. 이어 “밸류업도 일본처럼 초기에 조정을 거친 뒤 재평가될 수 있다”며 정책 일관성과 제도적 안전판 마련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투자 철학에 대해서도 그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투자는 재미없고 지루해야 한다. 10% 더 벌려 하기보다 10% 덜 쓰는 게 낫다. 가장 중요한 건 잃지 않는 것”이라며 “장기 우상향이 입증된 대표 지수를 적립식으로 꾸준히 모으는 게 정답”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펀드매니저의 역할은 고객을 부자로 만드는 것”이라며 투자자 교육과 라인업 확장을 통해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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