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만성질환처럼 관리 가능…편견에 마침표 찍어야”

학계·환자단체·산업계 ‘HIV 차별 종식’ 한목소리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HIV 차별 종식을 위한 RED마침표 캠페인 기자간담회’에서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길리어드사이언스)

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인식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레드(RED) 마침표 협의체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에이즈학회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HIV 차별 종식을 위한 레드 마침표 캠페인’의 출범을 알렸다. 협의체에는 의료진과 감염인 단체, 산업계, 학계 등이 뜻을 모았으며, 캠페인 명칭은 에이즈를 상징하는 붉은 리본에서 유래해 편견에 마침표를 찍는단 의미를 담았다.

손문수 한국HIV/AIDS 감염인연합회 KNP+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HIV는 더 이상 과거의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라 당뇨나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처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라며 “의학적 진보가 이뤄진 만큼 HIV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HIV 치료 환경의 과학적 발전에 발맞춘 사회적 편견/ 낙인 종식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교수에 따르면 HIV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의 발전으로 조기 진단·치료할 경우 비감염과 유사한 평균 수명을 보이고, 약제 복용으로 혈액검사상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활동이 억제되면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없어진다.

그러나 치료 효과의 확대에도 사회적 인식은 아직 따라오지 못해 HIV 감염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 2017년 HIV 감염 진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5년간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비감염인에 비해 자살 사망 위험이 1.84배 높았다.

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치료율 96%, 바이러스 억제율 96%로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인지율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감염인에 대한 차별은 내재적 낙인으로 이어지고 약물 순응도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레드 마침표 캠페인의 취지와 의미를 소개하고, 편견 종식으로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것을 강조했다. 레드 마침표 캠페인은 장기적인 인식 개선 프로젝트로 협의체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HIV 차별 종식을 위한 RED마침표 캠페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RED 마침표 협의체 소속 연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길리어드사이언스)

최근 조사를 살펴보면 HIV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도는 아직 미비하지만, 개방·포용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신나는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5년 HIV 관련 국민 인식 조사’ 결과 10명 중 8명은 HIV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만, HIV와 에이즈를 구분할 만큼 높은 수준의 인지도를 보이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의 80%가 우리 사회의 HIV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81%는 HIV 감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승환 신나는센터 상임이사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HIV 차별 종식을 위한 노력과 정책적 지원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마련돼 있단 사실을 확인했다”라면서 “먼저 HIV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이해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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