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비ㆍ인건비 소비자가격 반영
높은 생산원가ㆍ중간 단계도 영향
사실상 독점 도매시장 개선 필요
전문가 "유통업 경쟁 촉진 절실"

식료품 물가가 사실상 매일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 상황이다. 해를 거듭할 수록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생산 차질과 함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한국형 유통 구조가 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절반 가까이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라, 전문가들은 유통 구조 간소화와 온라인 직거래 활성화 등과 더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전년비)를 기록한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4.9% 뛰며 1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먹거리 물가가 매년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 식료품 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달 기준 128.94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00을 기준으로 매월 집계한 결과로, 2년 전인 2023년 8월에는 120.68, 2024년 8월에는 123.16 등 우상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는 석 달 만에 한 풀 꺾였으나 먹거리 물가의 경우 유독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 오름세의 최대 원인은 이상기온이다. 통계청 등 정부 당국 역시 국내 식료품 물가 상승 배경에 대해 '폭염 등 이상기온 등 여파'라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상기후 등으로 인해 신선채소 가격이 뛰고 쌀,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 수산물 가격 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질적인 '한국형 식료품 유통구조'가 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크다. 유통비용은 유통업체와 중간상인이 각 단계별로 마진(이윤)을 붙이면서 최종 소비자가격이 상승하는데 국내 식료품·농산물 가격특성상 경작 규모가 작고 생산원가가 높아 산지에서 이미 비용 부담이 큰 실정이다. 여기에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중간단계가 늘어나면서 생산자와 생산자 간 비용 간극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발표한 '유통비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농산물 평균 유통비용은 소비자가격의 약 49.2%로 집계됐다. 유통비용에는 직접비(포장, 운송, 하역 등), 간접비(임대료,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와 유통이윤이 포함된다. 사실상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의 절반 가량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되는 셈이다.
이에 생산자 및 관계당국에서는 유통 구조 간소화 및 온라인 직거래 등을 통한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유통 구조 개선과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직거래 매장 확대 등을 통해 유통비용을 기존 대비 10% 가량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독점적 구조의 도매시장 유통거래에 대한 시스템 개편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 농산물의 50% 이상은 도매시장 경매를 통해 유통되는데 이 과정에서 경쟁이 제한되고 비용이 상승해 농산물 가격 급등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도매시장 법인의 진입·퇴출 구조 제도화, 거래 품목 및 부류 간 판매 제한 폐지 등 개선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농산물 유통 구조는 더 유연해져야 한다"며 "도매시장을 비롯한 유통비용 전반이 먹거리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공공성 뿐 아니라 거래 투명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유통업권 내 경쟁 촉진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