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너머] 개혁의 속도? 합의의 깊이!

"개혁은 어떻게든 올해 하반기에 끝내야 한다”

민주당 한 의원의 발언에는 정부여당의 조급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으며 개혁 과제들도 추진에 속도가 나고 있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양도세·법인세 개편, 헌법개정과 대법관 증원까지. 개혁 과제들이 숨 가쁘게 밀려온다.

정부여당은 개혁 추진 동력이 갖춰져 있는 정부 출범 초기 당면 과제들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데 공감대를 이루는 모습이다. 선거를 치루게 될 내년 이전이 적기라는 판단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개혁은 올해 하반기에 끝내긴 해야 한다. 그 이후로 넘어가면 내년부터는 지방선거 정국이라서 체제를 바꿔야한다”고 진단한다.

레임덕이 오기 전에 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겠다는 조급함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사회적 개혁에 동반될 수밖에 없는 반발과 완전한 개혁의 정착을 위해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개혁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국민이 체감하고 동의하는 개혁이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부터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는 듯 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면과 세제개편 발표 과정에선 여당 내부와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태의 본질 보다 개혁 동력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발언을 앞세우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위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7월까지 60%대를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율은 한때 50%대로 급락했고,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정치권에서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깊이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이 빠르게 도입되는 것보다, 개혁이 사회 내 온전히 뿌리 내리고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학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광범위한 합의 없이는 정책이 뿌리내리기 어렵다"며 "특히 검찰개혁이나 조세개편 같은 대규모 제도 변화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야당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 과정이 모든 이해당사자를 포괄할 때만 지속가능한 정책이 된다는 의미다. 일부 세력만을 동원한 '골목전'은 갈등을 극대화시키고 제도적 반발을 초래할 거란 우려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개혁 과제 자체는 시대적 요구지만, 추진 방식에서 재고가 필요하다"며 “과거 정부의 개혁이 좌초된 이유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개혁의 당위성은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 기반이 좁았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내란 종식'이라는 과제와도 모순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 통합을 목표로 하면서도 정당 해산 같은 극단적 수사가 나오는 것은 야당과의 협치를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정치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당내 일부 열정적인 당원들의 의견이 과대대표되는 상황에 대해 발언을 자제하면서도 “자칫 중우정치로 흐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야당을 포용하려는 동력이 상실되고 내란 종식이라는 명분을 정치권이 공유하기 어려워 질수록 ‘반쪽자리’ 개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선 못미덥더라도 여야 협치 복원이 시급하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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