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직개편 난제⋯‘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두고 갑론을박

소보처 분리안 두고 저울질⋯권익 강화 취지에도 우려 커
입법 절차·부작용 한계 지적⋯차기 인선 구도에도 주목

정부가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작용 우려와 제도적 한계가 얽히며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4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전 정부조직 개편안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말을 아꼈다.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만큼 이 원장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내놓은 조직 개편안에는 정부 핵심 부처와 금융당국의 기능 조정 방안이 담겼다.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의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으로 넘겨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며 금감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격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금감원을 쪼개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금융위원회설치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정부조직법과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금감원 산하에서 운영돼 온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떨어져 나와 별도 기관으로 독립할 경우 오히려 위기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감원 출신 이후록 박사(법무법인 율촌)는 7월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긴급 정책토론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분리되면 위기 대응과 감독 자원이 분산되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며 "현재처럼 강력하고 신속한 피해 구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 가동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태스크포스(TF)'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처만이 아니라 금융상품 약관 심사, 책무구조 등을 담당하는 각 업권 감독국이 함께 참여하는 유기적 방식으로 운영된다. 라임·옵티머스·ELS 사태 등과 같은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서는 부서 간 협력이 필수라는 이 원장의 철학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쟁점은 금융감독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관계다. 금감원 출범 초기처럼 금융감독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할 경우 감독과 제재 권한이 한곳에 집중돼 과도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한 분산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인 만큼, 앞으로는 겸직 대신 분리 선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주요 인선 후보군도 거론된다. 금융감독위원장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금감원장에는 이찬진 현 금감원장,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장에는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냈으며 최근까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재부와 금융위의 조직개편과 달리 금감원 분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상당해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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