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 일변도 용기면 시장에서 ‘구수한 맛’으로 전향
쫄깃한 식감, 얇은 면발이 일품
간장‧장국 베이스 구수함에 얼큰함 더해
1990년대 러시아 보따리상 덕에 입소문

팔도 ‘도시락’은 1986년 당시 한국야쿠르트였던 팔도가 출시한 첫 용기면이다. 도시락은 무엇보다 별도의 뚜껑이 있는 사각용기가 적용된 국내 최초의 컵라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전기온수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용기면 시장이 커졌고 팔도는 차별화를 위해 모양에서부터 이름까지 당시 소비자들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한 사각용기의 도시락을 선보였다.
출시 초기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한 도시락의 비결은 바로 쫄깃한 식감의 얇은 면발과 구수하면서도 매운맛이 살아있는 국물, 즉 호불호가 없는 맛이다.
도시락 역시 얼큰한 맛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지만, 2013년 12월 27년간 이어온 얼큰한 국물에서 ‘구수한 맛’으로 방향을 틀었다. 얼큰한 맛 일색인 용기면 시장에서 구수한 맛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당시 맛의 포인트를 위해 버섯‧계란지단 등 건더기스프를 보강하고, 나트륨 함량은 1690mg에서 1450mg로 줄였다.
이후 지금까지 간장, 소고기장국 베이스의 진하고 구수하면서도 얼큰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도시락 원재료를 보면 쇠고기장국분말, 사골엑기스분발, 불고기맛분발, 복합간장조미분발 등이 눈에 띄는데 간장 장국의 구수함을 구현하는 핵심이다. 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에 치고 들어오는 매운맛은 핫베이스분말과 고추입자, 흑후추분말 등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쫄깃함을 살린 얇은 면발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이다. 사각용기에 어울리는 얇고 쫄깃한 면발은 감자전분과 글루텐 등을 조합해 얇아도 쉽게 퍼지지 않고 국물은 빠르게 스며든다. 2016년에는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 국물 맛을 더한 ‘김치도시락’이 출시됐고, 같은 해 팔도가 선보인 ‘도시락 봉지면’은 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얇은 면발을 특징으로 한다.
사각용기에 담긴 칼칼한 맛의 도시락은 의외의 곳에서 ‘국민 라면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데, 바로 러시아다. 1990년대 초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을 통해 러시아에 알려지게 된 도시락이 끓여먹는 라면 자체의 개념이 생소했던 러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도시락은 기존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해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도 안정적인 섭취가 가능했고, 무엇보다 칼칼한 맛이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팔도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현지화 전략에 나섰는데 러시아에서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도시락을 출시한 것은 물론 각별한 마요네즈 사랑에 주목해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선보였다. 녹은 마요네즈가 치즈처럼 녹아든 맛이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도 마요네즈를 첨가해 먹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었고 진출 첫 해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7배 늘어났다. 러시아의 1998년 모라토리엄(지급유예)까지 버텨낸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했다. 러시아 시장 내에서 도시락은 수년째 용기면 시장점유율 60%의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