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둔화한 서울 아파트 오름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공급 부족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으나 금통위원 다수가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10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가계의 매수 여력이 커지고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직방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1134가구다. 8월 1만6549가구보다 약 33% 줄어든 규모다. 특히 서울은 128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6·27 대출 규제' 이후 오름폭이 축소됐으나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75% 올라 6월(0.95%)보다는 둔화했지만 상승세를 유지했다.
8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동향에서도 전주 대비 0.08% 상승하며 직전 주(0.09%)보다 소폭 축소됐으나 흐름은 계속됐다. 강남·서초·송파구는 일제히 오름폭이 줄었음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권에서는 마포·성동구가 오름폭이 확대했다.
신고가 경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용면적 101㎡가 최근 82억1000만 원에 거래되며 5개월 만에 7억3000만 원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99㎡는 7월 28억9500만 원에 팔리며 불과 한 달 만에 3억 원 가까이 뛰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이 맞물린 상황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6.27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 두 달가량 지나면서 수요자들의 적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잠재적 매수 대기 수요도 여전히 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를 통한 집값 잡기가 곧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과거와 같은 급등세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2019년 말부터 둔화되던 서울 아파트값은 2020년 5월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지자 급등세로 전환해 같은 해 13% 이상, 2021년에는 16% 이상 치솟은 바 있다”며 “역대 최저 수준의 입주 물량과 매물 부족 속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지면 9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부가 발표할 공급 대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집값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