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가 본격화 됐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5개 정예팀이 선정된 것이다. ‘K-AI’를 향해 달려가는 5개 정예팀(LG AI 연구원· SK텔레콤·네이버클라우드·NC AI·업스테이지)은 향후 2년간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95% 이상 성능을 목표로 AI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2026년 말이면 공개 평가 등을 통과한 ‘톱2’가 가려진다.
‘K-AI’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 기업들을 만나 최종적인 AI 목표와 이를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생존이 아닌 빅테크 추월을 목표로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기업이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LG AI연구원은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를 단순히 AI 모델 개발에 두지 않는다.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AI 전환(AX)’을 가속화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궁극적으로 LG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AI 기술은 아직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산업 현장의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축적한 개발 역량과 적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K-엑사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전문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K-엑사원을 활용해 더 많은 기업과 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 부문장은 “최고 수준의 K-엑사원 모델과 AI 서비스로 사회, 산업, 경제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고, 대한민국 AI 산업 성장을 이끌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AI연구원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우선 기술적 우수성을 확보해 AI 모델의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산업 적용성을 더해 연구 성과가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되도록 한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설계, 평가 과정 전반에서 잠재적 위험을 철저히 점검·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김 부문장은 “이러한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LG는 K-엑사원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AX를 가속화하겠다”며 “이번 프로젝트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산업 영역에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LG의 K-엑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5000억 매개변수(500B) 규모의 신형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이다.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처리하는 ‘옴니모달(Omni-Modal)’ 기술로 글로벌 톱티어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동연 SK텔레콤 이노베이티브모델 담당은 “글로벌 (진출)까지 고려한다면 정부가 제시한 '빅테크 모델 성능의 95%'라는 목표는 최소 하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경쟁을 하려면 더 높은 수치의 (성능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 담당은 한국형 LLM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어를 더 잘하는, 한국 문화나 한국적인 소리, 배경, 그림, 비디오를 더 잘 이해하는, 한국형 LLM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어라고 생각하면 K-푸드나 K-컬처 이런 쪽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산업에서도 (많이 필요하다)”며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는 한국화된 기술 용어다. 이런 분야에 특화하지 않으면 제조현장이나 산업현장에서 외국 LLM은 잘 동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현재 수준의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겠다. 가장 좋은 기술, 새로운 구조가 LLM에 반영돼야 이를 더 개선할 수 있으며 서비스의 파급 효과도 클 것”이라고 했다. 조 담당은 “LLM이 지금은 트랜스포머라는 구조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지만 저희는 그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구조까지 연구하고 있다”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해 더 효율적인 서빙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대한민국 고유의 맥락을 이해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버린 AI’의 실현을 통해 개개인의 데이터 주권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기술 총괄은 “진정한 소버린 AI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을 넘어 ‘지도’와 같은 소버린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물리적 공간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암묵적인 약속까지 이해해야 한다”며 “이는 해외 빅테크 기업의 AI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이다. 또한 개인의 삶의 기록인 ‘라이프-롱 로그’ 를 해외 기업에 맡기지 않고 우리 플랫폼 안에서 개인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때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AI 풀스택’ 역량이 ‘소버린 AI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성낙호 총괄은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더 기민하게 움직이며 고객사의 요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한국 시장에서 수십 년간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는 강점이 있다”면서 “국내에서 쌓은 기술과 서비스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정부와 기관의 AI 주권 수요에 대응하고, 네이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를 위해 정부가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 마련에 힘써달라는 당부를 했다. 성 총괄은 “AI 기술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와 인재, 그리고 제도적 지원에 달려 있다”며 “정부가 산업 및 공공 분야의 데이터 개방과 활용을 촉진하고, 특히 ‘에이전트 플랫폼’ 과 ‘개인 데이터 주권’ 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해 유연하고 선도적인 규제 환경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NC AI는 이번 프로젝트는 자사가 그려나가는 미래 비전의 첫 걸음일 뿐, 누구나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고 창조할 수 있는 ‘모두의 AI’ 생태계 구축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NC AI 김건수 에이전틱AI랩 실장은 “단순히 몇몇 대형 기술 기업만 접근 가능한 AI가 아니라 제작자, 기업, 공공기관, 일반 시민 등 모두가 실시간으로 AI의 능력을 활용해 창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AI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3D, 음성, 텍스트,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멀티모달 데이터를 융합해 산업 현장과 엔터테인먼트, 교육,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맞춤형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능형 AI를 지향한다. 이 AI는 사용자의 상상력과 협력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하는 AI’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 데이터와 모델, AI 인프라의 폭넓은 개방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건수 실장은 “AI 기술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도 민간 및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 개방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파운데이션 모델 또한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게 개방돼야 한다. 현재 빅테크가 공개하는 최종모델의 체크포인트 뿐 아니라 거기에 사용된 학습코드와 중간 모델 체크포인트 공개도 많은 기관과 연구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슈퍼컴퓨터, GPU 등 대규모 AI 인프라를 다양한 주체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AI 생태계 전반의 집단지성형 협력을 촉진하는 정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실장은 “단일 기업이나 기관이 아닌 산학연관의 다양한 주체가 협력할 수 있는 오픈 컨소시엄 운영, 규제 샌드박스, 연구개발 지원 정책이 활성화돼야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선정된 유일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의 비전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권순일 업스테이지 부사장은 “메이킹 AI 베네피셜(Making AI beneficial)을 추구한다”며 “이롭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것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넘어 AI가 많은 분들에게 쉽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제품화, 서비스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사용 등 접근 용이성과 관련된 규제의 기준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과 그런 환경에 올린 솔루션과 서비스에 대한 지적재산권과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