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와 실행력'이 만든 1조 한투證…김성환 사장의 성장 방정식 [CEO 탐구생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한국투자증권 제공)

'최연소' '최초' '초고속'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에게 이제는 낯설지 않은 수식어다. 2001년 LG투자증권에서 증권업 첫 발을 디딘 그는 2005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이곳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투자은행(IB), 고객자산관리 등 증권사의 전 부문을 두루 거치며 '올라운더'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부동산 PF 1세대, 국내 리테일 첫 대출채권담보증권(CLO) 펀드 출시, 1호 발행어음 인가 등 굵직한 성과도 여럿 남겼다. 오랜 기간 현장에서 펼쳐온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새 사령탑에 올랐다.

취임 첫해 영업익 1조 신화… 이듬해 '상반기 1조' 업계 기록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반기 기준 영업이익 1조(兆) 원을 돌파했다.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2% 증가한 1조252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48.1% 늘어난 1조1479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김 사장은 취임 첫해 '연간 1조 클럽' 복귀에 이어 불과 1년 만에 '상반기 1조 클럽'이라는 새 이정표까지 세우게 됐다.

"경쟁에 있어 차별은 생존과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사업 모델 개선을 넘어 창의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인공지능(AI)이나 가상자산의 등장과 같은 새로운 변화에도 어떻게 대응하고 주도할지 고민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김 사장의 올해 신년사에서 드러나듯,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차별화'와 속도감 있는 '실행력'을 중시하는 김 사장의 리더십이 놓여 있다. 특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 전통적인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는데 적극적인 김 사장은 '아시아 No.1 증권사=한국투자증권'을 기치로 전사 부문을 글로벌화, 디지털화하고 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글로벌 특화 상품 공급을 강화해 개인 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연초 67조7000억 원에서 6월 말 기준 76조1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비대면 주식거래 수요 확대에 발맞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고도화해 위탁매매 관련 수익도 커졌다.

"최고의 성과–최고의 대우–최고의 인재" 선순환 플라이휠

누구보다 실무를 잘 아는 김 사장은 '최고 수준의 성과를 요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최고 대우가 최고의 인재를 부르고, 그 인재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최고 성과로 돌아온다는 선순환 경영론이다.

이러한 경영론 아래 한국투자증권은 녹록지 않은 시장 여건 속에서도 IB와 트레이딩, 브로커리지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 순영업수익은 △운용 2993억 원 △IB 2085억 원 △브로커리지 수수료 1072억 원 △브로커리지 이자 812억 원 △브로커리지 운용 2993억 원 △자산관리 456억 원 등이다. 실적 개선과 함께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별도 자기자본은 10조5216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글로벌로"…200조 '넥스트 레벨' 정조준

'1조'라는 숫자에 아직 놀라긴 이르다고 말하는 김 사장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무대는 해외다. 2030년까지 한국투자증권의 개인고객 자산을 200조 원까지 확대하고, 해외자산 비중을 15%에서 30%까지 끌어올려 글로벌IB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찍이 이 같은 목표를 세워둔 김 사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뉴욕과 홍콩 등에서 직접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며 해외 사업 기반을 닦았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외화 신디케이트론(협조 융자) 부문에서 유수의 글로벌 은행들을 제치고 1위 실적을 차지했다. 중국과 홍콩은 물론 몽골, 프랑스 등 해외 기업의 외화채(KP) 발행을 잇달아 주관하며 글로벌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골드만삭스와 전략적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반기에는 골드만삭스의 전통적인 금융상품과 대체상품 등을 국내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 밖에 칼라일그룹·캐피털그룹 등 주요 글로벌 금융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앞으로도 유수 해외 금융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는 좋은 금융상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사례를 늘릴 계획이다.

'넥스트 레벨' 가늠할 분수령, IMA 장기 프로젝트 투자 청사진

동시에 발행어음 인가를 주도했던 과거 경험을 살려 하반기엔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추진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글로벌IB로 도약하려면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투자할 수 있는 IMA 운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IMA 인가 즉시 영업이 가능하도록 임직원 설명회와 실무 교육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IMA 1호 사업자로 선정될 가장 유력한 후보자라 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에 대한 IMA 인가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IMA 인가는 한국투자증권의 ‘넥스트 레벨’을 가늠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발행어음에 이어 IMA까지 손에 넣는다면 단순한 증권사가 아닌, 은행·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사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예탁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IMA운용은 장기·안정적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어 글로벌 IB 모델과 맞닿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야말로 자금력과 운용역량, 리스크 관리체계가 모두 검증된 플레이어만이 감당할 수 있는 IMA 사업의 적임자로 보고, 한투증권이 IMA 1호 사업자가 된다면 업계 지형이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은 IMA를 단순히 새로운 상품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IB로 가기 위한 ‘자금 플랫폼’으로 추진 중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IMA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인프라·에너지·글로벌 신성장 산업 등 장기 프로젝트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체질 개선·글로벌화·기술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취임 2년차 CEO가 반기 영업익 1조 원이라는 실적을 내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성과를 발판 삼아 조직 체질과 글로벌 확장까지 동시에 끌고 가는 리더는 흔치 않다”고 평가했다. 지금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평균을 압도하는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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