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앞섰지만, 돈은 안 된다”…K디지털헬스케어의 수가 딜레마 [발목잡힌 디지털헬스케어]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심정지 예측 AI 프로그램 ‘딥카스(DeepCARS)’가 운영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인공지능(AI) 진단기기, 디지털 치료제 등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분야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제도와 보험수가 체계는 여전히 미비해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첨단 기술을 개발해도 의료AI 진단기기, 디지털 치료제, 비대면 진료 등 관련 기업들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AI 산업, 제도는 ‘태동기’…수가·적용 한계에 성장 발목

21일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AI 산업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중 비교적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규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루닛과 뷰노 등 주요 기업들은 병원에서 제품을 상용화하면서 수백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보험 수가’는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는 기업이 신의료기술평가 또는 혁신의료기기 지정 등의 경로를 거쳐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선별급여, 비급여 여부가 정해진다. 이 과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임시 수가를 받지만 문제는 책정된 수가가 낮아 기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현장 적용 과정에서도 제약이 많다. 의료AI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별도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요구되는 양이 많고 절차도 복잡해 실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AI 기술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로 인해 병원으로서는 AI 솔루션 도입을 꺼리고 도입하더라도 수익성이 낮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실제 병원에 공급된 제품조차 사용률이 낮고, 낮은 수가로 인해 기업의 매출로도 연결되기 어렵다. 의료AI 기업들이 외형적인 성장에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한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수가 문제는 결국 의료재정과 연결된 이슈라 기업으로서도 강하게 주장하긴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지금 수준은 지나치게 낮아 재평가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 동의서 과정도 까다로워 현장에서 제대로 쓰기 어렵다”며 “AI를 단순 보조도구가 아닌 의료행위 일부로 인정해 정식 급여체계에 편입돼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도적 한계로 많은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기업이 직접 세일즈에 나서야 하는 것도 있지만 해외 거래처와 연결될 기회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와 연결해줄 수 있는 통상 교류나 협업 기회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 기관 간 협약이 체결될 때 실질적인 비즈니스 교류가 가능한 기업 참여형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AI 산업은 태동기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기반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AI 의료기기에 특화된 별도 법제도 마련 등 준비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허가는 늘었지만”…처방부터 사용까지 장벽 많은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 역시 의료 AI와 마찬가지로 여러 제도에 막혀 있다.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은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임상 현장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에서 허가된 디지털 치료제는 총 9개다. 2023년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제 ‘솜즈’가 첫 허가를 받은 이후 매년 허가 제품이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처방 실적은 저조하다. 솜즈조차 허가 1년 가까이 돼서야 첫 처방이 이뤄졌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가격 부담이 크고 임시 등재가 가능하더라도 책정되는 수가가 낮으며, 처방 절차도 까다로워 병원에서 활용이 어렵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사가 처방한 후 환자가 병원 밖에서 수일 혹은 수개월간 직접 사용해야 하므로 환자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다. 의사는 단순히 처방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에게 치료법의 필요성과 사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의료 환경에서는 진료 시간이 짧아 이 같은 설명이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고 이 점이 디지털 치료제의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디지털 치료제 기업 대표는 “독일은 1인 진료 시간이 30분 이상으로 넉넉해 디지털 치료제의 처방과 설명에 무리가 없고 100% 보험 적용으로 환자 관심도 높다”며 “반면 한국은 진료 시간이 짧고 환자가 비용의 90~100%를 부담하는 반면 급여 지원이 10%에 불과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사의 설명 부담을 줄이고 환자의 체험과 이해를 돕는 다양한 시스템 마련과 함께 제도적인 급여 지원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현행 선별급여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구조에서는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어렵고 기업도 수익 창출이 쉽지 않아서다.

이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려면 결국 수익이 나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병원에서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선별급여 비율을 40~50% 수준으로 현실화한다면 일정 수준의 매출이 확보될 수 있고 기업이 재투자를 통해 성장 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돼야 하며 처방 시 의사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도 합리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국가도 기업이 일정 수준 성장할 때까지는 독일처럼 임시 급여 제도를 운영해 제품 사용을 유도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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