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안 짓는다”...도시정비사업 ‘규제의 벽’ 넘을까

▲서울 도시정비사업 현장. 연합뉴스

신정부가 대규모 신도시 개발 대신 도심 중심의 주택 공급 기조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정비사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 장벽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공급 대안으로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우선 발목을 잡는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는 최근 정부에 “부동산 잡겠다고 수도권 주위에 신도시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정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성격의 자문기구인 만큼 이 같은 인식은 향후 공급 정책이 도심 내 정비사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도시정비사업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 및 절차 장벽이 여전히 높아 정책방향 변경을 위해서는 발목을 잡는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허가 절차적 병목은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정비사업은 평균 추진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다. 정부가 통합심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기초자치단체 간 해석 차이와 불명확한 행정 기준 등으로 인허가 지연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우선 이재명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이달 10일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제1차 민관 TF 회의를 개최했다. 국토부와 관계기관이 직접 참여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유권 해석을 제공하고 지자체와 사업자 간 이견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정비사업의 또 다른 큰 걸림돌로는 용적률 제한이 꼽힌다. 업계는 오랜 기간 용적률과 건폐율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요구를 지속해왔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최근 한시적인 완화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정비사업 활성화 특례법’은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용적률을 기존 대비 최대 1.3배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했고, 서울시는 올해 5월부터 소규모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0%, 제3종은 30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 조치는 모두 한시적 인센티브 형태로 설계돼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상향된 용적률을 적용받기 위해선 기부채납 등 복잡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대상 단지가 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노후 중층 아파트 밀집 지역에선 제도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용적률 완화는 대선 공약부터 꾸준히 언급돼 온 사안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필요한 곳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점을 고려하면 관련 대책이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에서 또 다른 주요 걸림돌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다. 조합원당 개발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내야 하는 구조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수억 원대 부담금이 예상되면서 사업 추진이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초환의 경우 부과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지역별 특성과 시장 여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개발이익을 산정할 때 송파구 전체를 재초환 지역으로 묶어버리면 피해를 보는 구역이 생긴다. 이 범위를 보다 좁게 설정해 현실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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